앤 롬니 “실패하지 않을 남자, 그에게 기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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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된 밋 롬니가 첫 대중연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부인 앤과 함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탬파 AP=연합뉴스]

전날 개회 선언만 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28일(현지시간) 탬파베이 타임스 포럼에서 사실상 막을 올렸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후 진행된 대의원 투표(roll-call vote·현장 점호 투표)에서 전체 대의원의 90%인 2061표를 얻어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1144표를 가볍게 넘겼다. 론 폴 연방 하원의원과 릭 샌토럼 전 연방 상원의원이 각각 190표와 9표를 얻었다. 이로써 롬니는 명실상부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2200여 명의 대의원들은 작은 정부, 동성 간 결혼 반대, 낙태 금지 등의 공화당 공약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롬니 후보의 부인 앤 롬니의 연설과 공화당의 기대주로 꼽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기조연설이었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연단에 오른 앤 롬니는 가족사를 차분하게 소개했다. 롬니와의 첫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게 된 사연, 아들 5명을 키운 얘기 등을 풀어놓았다. 일부 여성 대의원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대규모 군중연설이 처음인 앤 롬니의 연설은 매끄럽지 않아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앤 롬니는 “롬니의 성공은 물려받은 게 아니다. 그 스스로 일군 것”이라며 “이 사람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뒤 20분간에 걸친 연설을 끝냈다. 무대 뒤에서 걸어 나온 롬니는 “마이 걸”이라며 부인을 끌어안았다.

 뒤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크리스티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년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롬니를 띄웠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오늘날 우리의 지도자는 대중의 인기만 좇고 있다”며 “진정한 지도자는 여론을 따르지 않고, 여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대중 지지도와 호감도에서 오바마가 롬니를 앞서고 있다는 점을 오히려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특히 “우리는 무엇이 되느냐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무엇을 하느냐에 관심을 두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미국인은 이번 대선에서 가슴으로 투표하지 말고 머리로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당신(유권자) 손을 잡아줄 정부는 지금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절대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왜 이렇게 됐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곧이어 연단에 등장한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는 “선택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틀에 박힌 현상유지를 택할 거냐, 아니면 기회가 있는 사회로의 역동적인 변화를 택할 거냐”라고 말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29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연설, 30일 밋 롬니 후보의 수락연설을 남겨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아이오와·콜로라도·버지니아 등 3개 주 순회 유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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