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기행] 연곡사 동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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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의 수려한 계곡에 자리잡은 연곡사는 신라 때 창건된 고찰답게 국보로 지정된 두 기의 부도탑과, 4점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도 중 가장 화려하다는 동부도의 세밀한 조각들은 천년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중대석에 조각된 팔부중상의 의상은 신라복식 연구에 참고할 만큼 세밀한데, 태껸을 하는 무사의 발가락 조각을 보고 있으면 이 것이 신기(神技)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붕돌의 수막새기와에는 연꽃 조각이 남아 있으며 풍경을 달았던 구멍이 또렷합니다.

하대석에 새겨진 사자 중 무서워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놈, 혓바닥을 쭉 내밀고 장난을 하자는 놈, 뒷다리로 갈기를 긁는 놈들은 강아지보다 더 귀엽습니다.

이런 인간적 아름다움 때문에 일본 민예론(民藝論) 의 창시자였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인은 인간의 심성에 와 닿는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 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서양 디자인을 모방하기에 바쁜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지요.

우리 민족만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 낼 때 세계 최고가 됩니다.

연곡사 동부도를 보면서 한국인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미적인 능력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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