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수근 "도루왕 넘보지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두산-LG 잠실전.

0 - 1로 뒤진 3회초 무사 1, 2루에서 두산 정수근(24·사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선수가 번트 자세를 취하자 LG 내야진은 전진수비를 펼쳤다. 한차례 번트 실패 뒤 정선수는 기습적으로 강공으로 전환,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뽑으며 1타점을 기록했다.

1루에 출루한 정선수는 김동주의 타석 때 도루를 시도, LG 포수 김정민의 악송구가 겹치며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3루까지 진루한 정선수는 후속 타자의 희생플라이로 득점, 눈깜짝할 사이 두산은 3 - 1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경기 후 두산 김인식 감독은 "수근이가 뽑아낸 점수야" 라며 톱타자에게 필요한 재치를 유감없이 보여준 정선수를 칭찬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 센스는 정수근의 트레이드 마크다. 17일 현재 도루 20개로 단독 1위다. 도루왕 4연패를 노리는 정선수의 올시즌 목표는 70개다. 자신의 최다 기록 57개(1999년)를 깨는 것은 물론 1994년 이종범(84개·주니치 드래건스) 이후 처음로 70개의 벽을 넘는 것이다.

올시즌 1백33경기 중 3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현재 페이스라면 71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도루 성공률도 0.833(24차례 시도해 20번 성공)으로 영양가 만점이다.

정선수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똑딱이 타자' 라는 꼬리표 대신 장타력을 갖춘 '보통 타자' 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난 겨울 캠프 때 체중을 4~5㎏를 늘려 70㎏ 가까이 불린 정선수는 타고난 타격 감각에 힘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단타 위주에서 탈피, 팀 최다 2루타(8개)와 3루타(5개)를 기록 중이다. 타율도 0.302로 19위, 안타 49개로 채종범(SK)과 함께 최다안타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정선수는 "부상만 없다면 종범이 형의 최다도루 기록을 깰 수 있다" 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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