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동물원, 5만㎡로 줄여 옮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27일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끼리의 재롱을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 달성동의 달성공원. 아름다운 잔디밭과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도심의 쉼터다. 공원에는 대구에 하나뿐인 동물원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공원과 함께 있어 가족 나들이객에 인기가 높다. 문제는 동물원의 규모가 작고 주거지역 옆에 동물사가 있어 악취가 난다는 점이다. 대구시가 10여 년 전부터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난 탓에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대구시가 새 동물원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전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점문 공원녹지과장은 27일 “동물원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애초 계획한 규모를 줄여 체험형 동물원을 만들기로 했다”며 “내년에 시작해 2016년까지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새 동물원의 면적을 4만9500㎡(1만5000평)로, 사업비는 100억∼2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강 과장은 “시의 재정 형편상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립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투자 제안자가 나타나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2000년 달성공원 동물원을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 내 동물원 부지(66만㎡·20만평)로 옮기기로 하고 이전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1800억원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를 확보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가 동물원 이전을 서두르는 또다른 이유는 달성토성 복원 때문이다. 시는 달성공원 외곽에 있는 토성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둘레 1.3㎞, 높이 4∼10m인 달성토성은 흙으로 만든 성으로 3세기경 건립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963년 사적 제62호로 지정됐다. 시는 국비 62억6200만원을 확보했지만 성곽 안에 있는 동물원이 이전되지 않아 복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달성군 하빈면 주민들이 동물원 유치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7일 ‘달성공원 동물원 하빈면 이전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병오(63) 하빈면 번영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유치위원 46명도 선출됐다. 이 위원장은 “교육·위락시설인 동물원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혐오시설인 대구교도소의 이전을 승낙한 만큼 동물원은 반드시 하빈면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점문 과장은 “동물원은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체험교육시설”이라며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른 시일에 이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달성공원 동물원=대구 중구 달성동 달성공원(12만9700㎡)에 있는 시립 동물원으로 1970년 문을 열었다. 9414㎡에 호랑이·원숭이·코끼리 등 82종 539마리가 있다. 달성공원은 토성이 건립된 이후 주거지역으로 사용됐다. 1905년 공원이 들어섰으며 69년 종합공원으로 승격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