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타선에 발목 잡힌 박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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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은 박찬호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를 패전으로 끝냈다. 시즌 5승에 도전한 박찬호가 무난한 투구를 하고도 패전을 기록한데는 다저스 타선에 원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가 혼자 상대타자들을 힙겹게 상대하는 동안 동료들의 지원여부는 투수의 심리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더구나 이닝을 마치고 벤치로 돌아온 투수의 눈에는 상대투수의 볼 상태가 정확히 들어온다. 자기팀 타선이 어느 정도 점수를 뽑아줄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게 된다.

정교하지 못한데다 성급한 공격으로 번번이 맥이 끊기는 타선을 바라보며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박찬호의 어깨는 결국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선발투수가 마지노선인 것이 다저스의 현주소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수준급의 타격을 자랑하는 박찬호는 대기타석에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아슬아슬한 승부가 많아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보내기 번트를 준비해야 함은 물론, 엷은 둑 안에 고여있는 타선에 물고를 트는 임무도 박에게 전가되기 일쑤다.

부담없는 스코어에서 힘있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록 박찬호의 타격도 불을 뿜을 수 있겠지만 다저스 타선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요원한 일. 결국 박찬호의 올 시즌은 타선의 폭발 여부에 따라 '모 아니면 도'라는 다분히 모험적인 성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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