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600선 앞두고 멈칫…오후 들어 매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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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 580선을 놓고 꾸준히 체력을 다져오던 증시가 16일 잠시 흔들렸다.

외국 신문이 하이닉스반도체의 협상결렬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오후 들어 매물이 급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돌발악재가 터진만큼 관망세를 유지해야겠지만 큰 폭의 추가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오후장 들어 떨어졌지만 하한가까지 밀리지는 않았다.

증시의 체력이 보강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해 돌발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 관계자들은 ▶경기호전 기대감▶9조원대를 육박하는 고객예탁금▶연기금 주식매입 박두▶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 등 증시 주변여건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체력보강=며칠 동안 고객예탁금이 뒤걸음질쳤지만 지난 4월 이후 고객예탁금은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말 6조원대로 떨어졌던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9조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자금이 썰물처럼 빠졌던 주식형 수익증권에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돈이 몰려드는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이달 초부터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이 20%대를 육박하는 펀드가 속출하고 있어 주식형 수익증권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또 연기금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주식매입에 나서기로 해 증시의 체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대표는 "최근 들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일부 기관들은 투입규모를 협의 중"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을 대거 처분한 기관들은 이제 더 이상 팔 주식이 없는 상황에 이른 것도 증시에는 호재다.

한 펀드매니저는 "요즘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며 "이들은 시장에 뛰어들 시기를 저울질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고 전했다.

◇ 괜찮은 해외 여건=이달 초 주간 기준으로 미 주식형 뮤추얼펀드로 1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2, 3월 연속으로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될 때는 대규모 환매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나스닥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유입이 늘고 있다.

또 유럽에 이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세계적 범위에서 저금리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 하이닉스 협상이 변수=협상이 결렬되면 대우자동차 매각 실패보다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미 대우차에는 대손충당금을 대부분 쌓아놓아 추가로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하이닉스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10%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을 뿐이다.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보는 눈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이다.

◇ 550~560선 지지선=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550~56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비록 하이닉스 협상결렬 소문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동평균선 20일선이 붕괴되지는 않았다" 며 "경기호전 기대감 등 하이닉스 이외의 재료가 아직 유효한 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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