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신형 에쿠스 넉 달 새 400만원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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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쪽부터 에쿠스, 라세티, 마티즈.

유럽발 금융위기로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가운데 중고차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해 중 가장 중고차 거래가 왕성해진다는 7~8월 휴가철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불황으로 ‘휴가철 특수’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중·대형 차량의 수요가 크게 줄면서 거래가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파트에 이어 중고차 시장에서도 ‘중·대형 수난시대’란 말이 유행처럼 떠도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내년 초는 돼야 어느 정도 중·대형차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지금이 중·대형 차량을 구입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란 말도 나온다. 차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원하는 차를 비교적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기업인 SK엔카에 따르면 8월 중·대형차 시세는 지난 4월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다. 가격 분석은 2009년식 차량을 기준으로 했다. 넉 달 사이 평균 거래가가 700만원 넘게 떨어진 차종도 있다. SK엔카 영업총괄본부 최현석 이사는 “경기 침체와 고유가, 집중호우 등의 이유로 대형차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대형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던 소비자들의 경우 지금이 적당한 차를 알아보는 데 유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국산 중·대형차 큰 폭 하락=불황이 지속되면서 콧대 높던 중·대형차의 값 내림세가 확연하다. 올 4월 2870만원에 거래되던 현대차 제네시스(BH330럭셔리 기본형)는 8월 현재 140만원가량 값이 떨어진 2730만원에 팔리고 있다. 대형차의 대명사 격인 현대 에쿠스의 낙폭은 이보다 더 크다. 신형 에쿠스(VS380럭셔리)는 4440만원에 거래되다가 현재 4040만원이 됐다. 1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기아 오피러스 프리미엄(GH270 스페셜 럭셔리)도 260만원가량 값이 내린 218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불경기는 중형차에도 여파를 미쳤다. 중고차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현대 NF쏘나타 트랜스폼(N20 프리미어 블랙 고급형)도 현재 138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4월 달엔 1440만원이었다.

 ◆수입차도 대형차 약세 뚜렷=수입 중고차 가격도 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은 물론 준중형차나 경차 값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차인 BMW 740Li는 4월 7650만원이던 것이 이달에는 450만원가량 값을 내려 7200만원에 팔린다. 아우디의 뉴A8은 낙폭이 더 크다. 지난 4월 6230만원이던 뉴A8은 이달 5490만원으로 13.5%(740만원)나 값이 빠졌다.

 같은 수입차라도 준중형차나 경차의 가격 하락폭은 대형차들보다 적었다. 지난 4월 대당 1750만원에 거래되던 혼다 시빅(1.8)은 이달 1660만원에, 대당 3230만원이던 벤츠 뉴 C클래스 C200K 아방가르드는 316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BMW미니 쿠퍼S(기본형)는 지난 4월 2550만원이던 것이 이달에는 2470만원으로 80만원가량 값이 내리는 데 그쳤다.

 ◆국산 경차는 여전히 강세=중고차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값을 받는 차들도 있다. 불경기일수록 사랑받는 경·소형차가 대표적이다.

뉴카니발(9인승 디젤VGT 고급형) 같은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준중형인 현대 아반떼HD는 4월 시세와 8월 시세가 동일한 1080만원 선에 거래된다. 기아의 뉴모닝도 4월과 동일한 720만원에 팔리고 있다.

값이 되레 오른 차도 있다. 한국GM의 올 뉴 마티즈(조이 고급형)는 지난 4월보다 40만원이 오른 600만원대에 거래된다. 한국GM의 라세티 프리미어(1.6 CDX 고급형)도 지난 4월 1180만원에 거래되다가 이달에는 소폭 오른 1200만원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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