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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성노예 영화 캐스팅 등 찍는 일만 남았다 국제영화제 ‘대박’으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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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강일구]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이름은 김원동. 아시아 홈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제작사 대표다.

 ‘치욕스럽고 괴로운 위안부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모든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자’라는 지난 7월 23일자 분수대 글을 보고 얼마 전 그가 e-메일을 보내왔다.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작업을 한 영화 시나리오(작품명 소리굽쇠)가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지원 사업에 뽑히게 되어 진행하던 중, 내 분수대 글을 봤다며 만나자는 내용이다.

 만나보니 패기도 있고 열정도 있고, 영화의 앞날이 순탄할 것 같은 예감에 ‘잘돼가죠?’하고 물었다. 캐스팅이 걱정이란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기존 다큐와는 달리, 위안부 할머니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 한 여인의 비극적 삶과 그 후손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고통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진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라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나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하고 출연한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감동을 줬으면 싶다. 사실 유대인 학살 주제의 영화는 많고 많은데 위안부를 메인 소재로 만든 영화는 아직 하나도 없지 않은가.

 내용상 발랄한 K팝 스타가 주인공이면 좋겠는데 섭외가 힘들단다. K팝이라면 일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독도 수영 횡단 했다가 ‘일본 입국 불허’된 송일국을 보라. 그러니 그런 영화에 K팝 스타가 출연하려 하겠는가.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이 21일 ‘위안부가 군에게 폭행 협박을 받아 강제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며 만약 있다면 한국이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증거? 엄청 많다. 일본 관방장관인 고노 요헤이가 1993년 8월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됐고.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 관리, 이송에 직접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라고 한 말도 있고.

 ‘도쿄재판자료 문건과 일본 방위성사료실에서 발견된 비밀문서 118호에서도 일왕, 정부와 군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알 수 있고’.(조선중앙통신 보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가 7년 동안 수집한 자료와 사진 등 40만 점의 유물도 있다.(YTN 8월 21일 보도)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 참가자인 도모히로 나카무라(와세다대 3학년) 학생은 23일 나눔의 집에서 이옥선 할머니에게 죄송하다며 지난 잘못에 대해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했다는데. 이렇듯 일본 젊은이들은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른다.

 개념 있는 K팝 스타가 영화를 통해 제대로 알려주고, 어른들이 못하는 걸 두 나라 젊은이들이 한몸 되어 사과하고 용서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외교적 마찰 없이, 위안부 사건을 자연스럽게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 영화가 최고다. 증거? 영화제 대박과 세계인의 감동, 그게 증거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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