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 해운사 불황에 환차손 적자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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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해운 등 외항 운송업계가 경기침체에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까지 겹쳐 올들어 기록적인 손실을 내고 있다. 이에따라 임직원의 봉급과 경비지출을 동결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들이 늘고 있다.

◇ 기록적 적자=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매출은 다소 늘었으나 환차손.영업부진 등의 영향으로 3천3백36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경상손실을 냈다. 아시아나항공도 1천7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대한항공은 환차손에 따른 장부상 적자를 제외해도 1천여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분기에 우리나라 입국자 수가 1백24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줄어든데다(0.3%) 국제 항공유가 등 원가 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고 말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현대상선.한진해운.대한해운 등 주요 선박회사들도 환차손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인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1천5백57억원의 영업이익(17.2% 증가)을 냈으나 환율상승으로 경상이익은 적자로 돌았다.

◇ 비상경영 돌입=대한항공은 최근 심이택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해 월별로 하던 영업실적 보고를 주간 단위로 전환했다.

임원 급여를 동결하는 한편 항공기 도입.안전 운항 관련 투자 이외에 웬만한 신규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노선의 감편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89억달러에 달하는 외화 자산.부채를 연말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 장부에 반영하는 현행 외화환산차손 규정을 개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38개 주요 선박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1999년 말 3백28%에서 지난해 말엔 8백48%로 두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업계가 도입한 9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만 해도 관련 부채가 장부상으로만 2조8천여억원 늘어났다.

◇ 외화환산차손=항공.해운업계는 항공기.선박을 임대.매입하기 위해 해외에서 돈을 꾸는 과정에서 외화표시 부채를 많이 안게 된다. 이에 대한 장부상 평가를 연말 환율로 한다. 따라서 환율이 1년 전보다 오르면(원화 값이 떨어지면)장부상 부채가 늘고 그만큼 손실이 커진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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