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유럽, 성장 논의 시작 … 투자자들은 내년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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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만
NH-CA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한 달,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코스피 지수는 8% 넘게 올랐다. 그러나 개인과 기관은 더위 먹은 듯 힘이 없었다. 외국인만 활발하게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 금액이 7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인의 시장 참여는 지난 연말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대출프로그램(LTRO·ECB가 유럽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 조치)을 시행한 뒤 나타났던 강한 순매수와 유사했다. 전기전자·유통·건설·조선업종은 10%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증시 상승과 달리 실물경기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개입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긴 했지만 2분기 유럽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분기보다 마이너스 0.2% 성장했다. 중국 또한 유럽에 대한 수출이 16.2% 주는 등 유럽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7.6%에 그쳤다.

 한국도 2분기 이후 생산과 소비 모든 면에서 뚜렷한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지난달 8.8%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미국에 대한 수출은 선전했지만 중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수출이 크게 줄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그나마 낫지만 중국과 유럽의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한 미국 경제의 하향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 속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3차 양적완화 카드를 손에 들고 고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증시 상승의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위기감이 약해지면서 외국인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유럽 국가 간 재정위기 문제에 대한 의견 충돌이 줄었고,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ECB가 국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둘째,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실물경제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도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 금리를 낮췄다. 후난(湖南)성·구이저우(貴州)성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셋째, 한국 주식의 낮아진 가격이다. 실적 둔화를 반영하고도 주가수익비율(PER)이 아홉 배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평균보다도 낮다.

 다만 미래가 불투명한 순서대로 주가가 올랐다는 점은 불안하다. 소비가 침체됐는데도 유통주가 상승했고,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었는데도 건설주가 선전했다. 기대감이 벌써 반영됐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휴가를 마친 유럽 정상들이 성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성장을 위한 노력이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긍정적 신호다. 투자자의 눈은 이미 내년을 보고 있다. 증시는 각국의 성장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양해만 NH-CA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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