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러스 보안업체 매출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오전 미국 백악관 웹사이트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세시간 이상 다운됐다. 누군가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 데이터를 전송해 웹사이트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 것.

백악관측이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다" 고 고백할 정도로 뛰어난 솜씨였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5.4운동 기념일인 이날은 중국 해커들이 미 정부 웹사이트에 대한 일제 공격을 선언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이 확산하면서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 보안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해커들이 웹사이트를 마비시키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훔쳐내고 기업비밀을 빼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브레터.안나쿠르니코바 바이러스 등 한 사람이 실수로 내려받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e-메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사례도 흔하다.

덕분에 보안업체들은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나 ''즐거운 비명'' 을 지르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노턴 안티바이러스'' 를 만드는 미국 시만텍의 존 톰슨 회장은 "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는 등 다른 데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인터넷 보안에 관한 지출은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 며 "보안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고 말했다.

◇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컴퓨터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기업들이 보안전담 직원을 두는 정도로는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방화벽을 치거나 해서 내부시스템을 외부와 차단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상거래 등을 위해선 일정 부분까지 고객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효율적인 작업 수행을 위해 직원들의 컴퓨터를 연결하고, 여러 종류의 제휴업체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만간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하면 유선에 비해 보안관리가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사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 카네기멜런대의 컴퓨터 비상대응팀(CERT)에 보고된 보안사고는 1990년엔 2백여건에 불과했으나 99년엔 9천8백여건, 지난해에는 2만1천여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선 1분기에만 7천여건에 달했다.

◇ 보안업체들 장사 잘 돼〓보안업체들의 일거리는 경기둔화와 관계없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 기업들의 보안관련 지출액이 지난해 56억7천만달러에서 2004년에는 1백97억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보안업체들은 올 1분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익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리사인의 경우 1분기 이익은 4천8백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백20만달러)에 비해 21배나 늘어났다.

인터넷 시큐리티사와 체크포인트사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의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시만텍의 경우 회사 전체의 이익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11%에 머물렀지만 바이러스백신 부문의 매출은 60%나 증가했다.

한편 보안사고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 주는 하이테크 보험도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세인트폴 보험사는 지난해 하이테크 보험료 수입이 3억4천6백만달러로 1년 전보다 52% 늘어났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하이테크 보험은 아직 전체 수입의 6%에 불과하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 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로이즈보험도 보안업체와 제휴, 평상시에 고객들의 시스템 보안을 관리해주면서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을 판매 중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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