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한국영화' 판정 편협한 잣대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소재' 란 무엇일까. 지난 5일 개봉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더 킹' 의 한국 영화 인증 과정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주제.외양.민족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영화로 보기 힘들다" 는 판정을 받아 일부를 수정해 재심의를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서에 나오는 다윗왕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퇴짜를 맞은 것은 종교색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측 제작사인 투니파크는 이 때문에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국기를 삭제했다. 또 소년 다윗이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장면의 경우 유대교를 상징하는 육각형 별을 보통 모양의 별로 바꿨다.

이러한 영진위의 판정에 투니파크측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범세계적인 소재를 앞다퉈 기획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 역행한다" 며 불만을 표시했다. 업계에서도 "성서라는 소재상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장면" 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5일 개봉한 '더 킹' 은 첫 주말에 전국에서 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린이날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그간 개봉된 저패니메이션에 비하면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극장 확보가 절대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전국 30여개관을 잡았다.

모처럼 선전하는 국산 애니메이션에 격려는커녕 '표현의 자유' 를 침해하는 인상마저 주는 영진위의 판단이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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