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팅] 재건축 평당 공사비 얼마가 적정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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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서울 잠실 저밀도 재건축 조합원이다. 최근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책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공사가 다른 재건축 단지보다 평당 공사비를 비싸게 달라고 한다. 잠실의 경우 적정 공사비는 얼마인가.

민영식 <서울 송파구 잠실동>

A : 공사비 문제로 골치 아픈 재건축 조합이 한두곳이 아니다. 같은 지역인데도 공사비가 차이가 많이 난다. 요즘 나온 재건축 단지 가운데 마감재 수준이 비슷한 데도 평당 40만~50만원 차이 나는 곳도 있다.

왜 그럴까. 먼저 조합들의 시공사 선정 시점이 서로 다른 점을 들 수 있다. 경기가 좋아 일감이 넘쳐날 때는 건설업체들이 공사 단가를 높이는 경향이 있고, 불경기엔 조합측에 서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가격도 내린다.

최근 의왕 포일 대우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동부건설은 평당 1백92만원을 제시했다. 사업추진비.금융비용 등이 빠진 금액이지만 잠실지구 한 재건축 단지보다 무려 평당 34만원이 싸다. 의왕이라고 공사비가 적게 드는 것도 아닌데도 왜 이렇게 쌀까. 서로 일감을 따려고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인 때문이다.

브랜드도 공사비 책정에 영향을 준다. 부도 우려가 없고 공사를 잘하는 유명 브랜드의 경우 아무래도 단가가 높다.

이들은 수주한 일감이 많아 굳이 가격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공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도 많아 싼 공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음은 위치다. 사업성이 좋은 인기지역은 대부분 가격이 높다.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많이 받을 수 있어 설령 품질을 조금 고급화하면서 공사비를 올린다 해도 별 문제가 안된다.

물론 사업성이 높다고 기분으로 공사비를 올려주는 조합은 없다. 예전엔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가 짜고 공사비를 높여 말썽이 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그렇다면 적정 공사비는 얼마나 될까. 최근 의왕 포일 대우아파트 재건축 공사 입찰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해 시공사로 선정된 동부건설은 과연 덤핑 수주를 한 것인가. 동부건설 관계자는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례를 보자. 대우건설은 최근 군인공제조합에서 발주한 경기도 시흥 아파트 신축 공사를 평당 1백90여만원에 수주했다. 이는 평당 2백만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평당 공사비가 2백20만원 이상이면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물론 내부 마감재 등 자재수준에 따라 가격차가 심하다.

하지만 사용하는 건축자재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건설업체들의 공사비 거품이 많았다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분양가는 오죽 비싼가.

최영진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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