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금리 시대 연 3.5% 수익+시세차익 ‘배당주’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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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시장이 개방된 건 꼭 20년 전이다. 이들이 국내 기업에 가장 강하게 요구한 것은 배당금 증액이다. 1992년 말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비중은 전체 시장의 5.5%였다. 지난해 말엔 33%로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져간 배당금도 417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폭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증시 개방 후 지난해까지 배당금으로만 40조9000억원을 챙겼다.

 2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기업의 2010년 평균 배당성향(기업의 순이익에서 배당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8.3%다. 거래소 기업 평균(16.3%)을 웃돈다. 곧, 외국인이 주인인 회사는 1000원의 순익 가운데 283원을 배당한 반면 일반 회사는 163원을 배당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가 그만큼 배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최근까지 한국은 고성장 국가였다. 기업은 돈을 벌어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이를 재투자해 규모를 키웠다. 투자자도 배당 이익보다는 매매 차익을 우선으로 여겼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구구조상 조짐이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추세라면 2015년을 전후해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전체의 경제활력이 떨어져 투자나 자금수요가 줄었다. 추세적인 금리 하락기에 진입했다.

 은퇴 세대가 늘어난 저금리 시대엔 어떤 자산이 각광받을까. 가치가 상승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오는 자산이다. 예금과 채권은 안정적이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가치가 제자리다. 일본에선 월세가 안정적인 도쿄 시내 상가가 인기였다. 그러나 부동산은 경기를 많이 탄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배당주’를 투자 대안으로 꼽는다.

 시중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을 주고,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고른다면 배당수익에 시세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배당주의 배당수익률은 평균 3.5% 안팎이다. 반면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 이상의 배당수익률에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기업이라면 장기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며 “배당주가 가장 좋은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기여도는 13.1%다. 글로벌 평균치(21.1%)보다 8%포인트 낮다. 배당기여도는 14년간(1998~2012년)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의 합인 총수익률을 배당수익률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앞으로 배당을 중시하는 연금 투자 시대로 재편된다. 오온수 현대증권 PB리서치 연구원은 “현금 수입을 중시하는 연금 투자자의 전성시대 개막으로 기업이 투자보다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즘이 배당주 투자의 적기다. 배당주는 보통 9월에 주가가 고점에 이르고 연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조승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배당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배당주를 찾는 수요가 늘면 오히려 차익 실현의 기회로 여기는 경우가 생겨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일찍 가질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단순히 시가배당률이 높은 기업을 고르기보다는 이익도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로 SK텔레콤·KT·KT&G·삼성카드·강원랜드·GS홈쇼핑 등을 추천한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배당주 펀드는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을 보면 성장주 펀드에 비해 성과가 뒤질 수 있다. 또 펀드 이름에 ‘배당’이 있지만 펀드의 배당률이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는 ‘무늬만’ 배당주 펀드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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