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재계 '목소리' 얼마나 먹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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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휴일이었다. 봄이 무르익었다 싶지만 한낮의 더위는 여름을 예감케하는 날씨였다.

요즘 나라 안팎의 경제도 날씨처럼 분간이 어려운 모습이다. 주요 경제지표나 정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명암이 엇갈리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경기 저점이나 재상승 시기에 대한 전망은 상반기가 한달 보름정도 남은 지금까지도 오락가락 하고 있다.

이번주에 지켜봐야할 해외 요인은 단연 미국의 공금리 인하여부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미국 연준(聯準)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월가의 관측은 금리를 내리는 것은 확실하며, 다만 폭이 문제라는 것이다. 주말에 로이터통신이 월가의 미국 정부채권 딜러 2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24명이 0.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지난주(1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함께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만 하다. 그러나 이미 금리인하 예상이 지난주까지 주가에 반영된 미국 증시는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3대축인 일본의 5월 경제보고가 "경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는 내용을 4개월째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물경기에 미치는 약효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리인하를 거부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의 실상을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그동안 '개혁대상' 으로 밀려나 있던 재계와 정치권이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주부터 목소리를 부쩍 높인 재계는 오늘 예정된 경제5단체장 모임을 비롯, 16일의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간담회 등 공식 석상을 통해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규제완화를 공개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외견상 강경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재계의 요구에 동조하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어 과연 어느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지 주목해볼만 하다.

이번 주말로 잡힌 경제부처 장관들과 여야(與野)경제통 의원들의 합숙토론회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여야가 한국 경제의 현안들을 모두 꺼내놓고 난상토론을 벌인다니, 모범답안까지는 몰라도 문제의 실체정도는 파악이 되길 기대해보자.

경제현안 중 하나인 현대그룹 문제도 주중에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 주말 이후 현대 아산 경영진이 청와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밖에 18일 현대건설의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출범할 심현영 체제의 첫걸음도 눈여겨 보자.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세계적 첨단기업들이 한국의 벤처기업 발굴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KIVI)이 오는 16일 발표할 투자대상 벤처기업 명단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손병수 산업부장 sohn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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