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경매 주택 … 급매물보다 비싼 응찰 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지난 20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법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주택만 51채가 경매에 부쳐졌다. 송파구와 광진구 등지의 고급 아파트도 많아 수요자들의 관심이 컸다. 지난 1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경매법정엔 70채의 주택이 한꺼번에 나왔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는 고양과 파주 아파트가 많이 등장했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서울·수도권 법원별로 보통 하루 30~40건 주택이 경매에 나오는데 요즘엔 60건을 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 주택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올 1~7월 서울·수도권 주택의 경매 진행 건수는 4만37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305건)보다 17%(6488건) 늘었다.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주택 건수는 지난해 1~7월 1만9795채에서 올 같은 기간 2만638채로 843채 늘었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샀다가 주택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아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오는 물건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응찰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올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4.7명으로 2001년 이래 가장 낮았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도 5.1명으로 지난해(6.1명)와 비교해 감소세가 뚜렷하다.

매매시장이 워낙 침체해 경매도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응찰자가 줄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평균 80% 이상이던 낙찰가율이 지난달 75.3%까지 떨어졌다.

 그 때문에 요즘 경매시장에 뛰어들면 알짜 물건을 그다지 경쟁 없이 싸게 장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매매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만큼 경매시장에서 조심할 점도 많다.

 우선 무리한 입찰을 삼가야 한다. 자칫 급매물보다 비싸게 낙찰할 수 있다. 지난 13일 있었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쌍용스윗닷홈 85㎡형(이하 전용면적) 경매가 대표적이다. 4억8000만원(감정가 6억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했는데 응찰자는 1명에 불과했다. 혼자여서 최저가를 제시하면 될 것을 이 응찰자는 낙찰 욕심에 6000만원을 더 높인 5억4000만원에 입찰했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엔 이 아파트 급매물은 5억2000만~5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

 특히 요즘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가 적당한 수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택시장 침체로 5~6개월 전에 산정한 감정가가 현재 시세와 비교해 비싸졌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일 경매가 진행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효자촌 동아 128㎡형은 감정가(7억8000만원)의 80%인 6억275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비교적 잘 낙찰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해당 지역 중개업소엔 이 아파트 급매물이 6억3000만원에 나와 있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은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올 1~2월에 감정한 것으로 최초 감정가가 현재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감정가보다 급매물과 비교해 얼마나 싸게 응찰할 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원경매부동산 물건 및 일정은 조인스랜드부동산(www.joinsland.com)·대법원경매정보(www.courtauction.go.kr) 사이트 등을 참고하면 된다.

박일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