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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은 자전거길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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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강갑생
사회1부 차장

자전거 매니어 사이엔 ‘인증수첩’이 인기다. 여권을 쏙 빼닮은 3000원짜리 수첩의 정식 명칭은 ‘4대 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이다. 4대 강 종주, 국토 종주, 구간별 종주를 하면서 수첩에 인증스탬프를 하나 하나 찍는다. 종주가 끝난 수첩을 인증센터에 내면 기념스티커를 붙여주고 메달도 준다. 3월 첫 시작 이후 최근까지 2만3000여 명이 세 가지 종주 중 하나를 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4대 강 자전거길 1757㎞를 모두 달린 사람만 3400여 명에 달한다. 경남 창원에서 4대 강 자전거길을 따라 일주일을 달려 서울까지 왔다는 60대 매니어 얘기도 들었다.

 이런 인기에 고무됐는지 행정안전부나 국토해양부 같은 관련 부처들은 4대 강 자전거길 홍보에 열심이다. 어느 구간을 새로 개통하고 이용자가 얼마나 늘었고 등등 적지 않은 홍보 자료를 쏟아낸다. 고속도로도 아닌 자전거길 개통 행사에 장관 얼굴이 종종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4대 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도 했다.

 홍보만 한 게 아니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 종주 도전자들을 위해 공중전화 박스를 개조한 무인인증센터를 곳곳에 세웠다. 덕분에 유인인증센터가 문을 닫은 시간에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맹형규 행안부 장관이 냈다. 얼마 전에는 4대 강 자전거길 사고에 신속히 대응한다며 119자전거 구급대도 발족했다. 자전거에 구급 장비를 탑재하고 출동한다. 친환경 수단인 자전거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볼 때면 드는 의문 아닌 의문이 있다. 4대 강 사업이 자전거길 사업이었나 하는 것이다. 하도 자전거길 얘기만 들려와서 하는 얘기다. 22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4대 강 사업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치수다. 넉넉한 수량을 확보해 가뭄 걱정을 줄이고 수질도 맑게 하는 거다. 그런데 초여름 극심했던 가뭄 때 “일부를 빼곤 4대 강 주변도 가뭄 피해는 마찬가지”라는 주장들이 나와도 정부는 “4대 강 주변은 괜찮다”고만 했다. 얼마나 괜찮은 건지, 과거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건지 하는 충분하고 객관적인 자료는 별로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녹조 사태도 마찬가지다. 4대 강 보(洑)가 물 흐름을 막아 녹조를 번성시켰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했다. 정부는 “보와는 무관하다”며 폭염 탓만 했다. 진실이 뭔지 헛갈리는 순간들이었다. 이 와중에도 ‘4대 강 종주자 몇 명 돌파’ 같은 자전거길 홍보자료는 계속 나왔다. 4대 강 사업에서 자전거길은 그야말로 ‘덤’이다. 22조원 중에 자전거길에 들어간 돈은 3000억원 안팎이다.

 국민들이 진짜 알고 싶은 건 자전거길이 얼마나 잘되어 있느냐가 아니다. 4대 강 사업이 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거둘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가 자전거길 홍보보다 4대 강 사업 효과에 대한 고찰과 연구, 객관적 설명에 더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