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나방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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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랑날개무늬가지나방(위)과 신부짤름나방.

전국에 사는 나방 종류의 70% 이상이 관찰될 만큼 지리산이 천혜의 나방 서식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5년부터 목포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지리산의 9개 지점에서 나방 서식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휴전선 남쪽에 분포하는 나방의 72%인 1376종이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기존에 지리산에서 보고된 나방 1011종보다 365종이 많은 수치다. 해발 1300m 이상의 지리산 고산지대에서는 지금까지 남한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젓나무나방·톱니띠재주나방·등붉은뒷흰불나방·넓은띠담흑수염나방 등 4종의 국내 미기록종도 포함됐다.

 젓나무나방은 북한에만, 톱니띠재주나방 등은 극동러시아와 일본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지리산 고지대의 구상나무와 신갈나무 숲에서 확인됐다. 특히 넓은띠담흑수염나방은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5년간 3000마리 이상 채집됐다.

 환경과학원은 지리산에서 이처럼 다양한 나방이 발견된 것은 면적이 440㎢로 넓은데다 해발고도가 1915m에 이르러 고도에 따라 다양한 종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목포대 최세웅 교수는 “지리산 고지대의 나방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서식지를 잃고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환경변화를 파악하는 지표종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뭇잎을 분해하는 곰팡이를 먹고 사는 고지대 나방은 새·박쥐의 먹이로 이용되기 때문에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2004~2013년)의 하나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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