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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금리 27개월 만에 3%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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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알아보던 노모(37)씨는 지난달 기준금리가 떨어지자 고민에 빠졌다. 그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는 4% 초·중반대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매월 이자 나가는 게 정해져 있다 보니 장기적으로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 많아지면서 맘이 변했다. 노씨는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변동금리 대출이 이자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년여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00%로 내린 후 시장 금리가 잇따라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혼란에 빠졌다. 노씨처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연 3.40%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이율도 지난달 최저 4.13%에서 이달 3.91%로 낮아지는 등 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3%대로 내려갔다. 최저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5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CD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도 전달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로 눈을 돌리는 대출자가 늘면서 그간 급증하던 신규 고정금리 대출(4대 시중은행 합계)은 지난달 2조6211억원으로 전달보다 13.2%(3981억원)나 줄었다.

 하지만 변동금리가 언제나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변동금리 대출은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대출조건에 따라 금리가 천차만별이라 5%대의 금리를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적격대출은 10년 만기 금리가 4.13~4.4%로 한정돼 있어, 웬만한 변동금리 대출과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은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금리가 변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아 바로 시장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규진 주택금융공사 유동화기획팀장은 “금리 하락기에는 고정금리 대출의 시점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장기 고정금리 대출은 5~10년짜리 장기채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며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금리 변화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언제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부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단기에 상환할 수 있는 대출은 변동금리가, 오랜 기간 돈을 빌려야 한다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김일수 팀장은 “경기침체가 진정되면 물가 부담 때문에 금리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10년 이상 돈을 빌릴 경우 금리상승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선택이 쉽지 않다면 일정 기간 고정금리로 이자를 낸 뒤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주요 은행은 처음 3~5년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 팀장은 “신규 대출이 아닌 기존 고정금리 대출을 중도해지하고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은 중도상환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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