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안개' 이경영 "중년남성은 다 내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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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극 '푸른안개' 의 주인공 윤성재역을 열연하고 있는 이경영(42.사진) 은 지금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신기한 건 일주일에 5일간 밤낮없이 촬영하는 이경영 본인과 극중 윤성재가 동시에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한 번도 자기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난 겁니다. 그 여자가 그 남자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줘요. 그 때부터 윤성재는 내가 누군지, 어디에 서 있는지, 뭘하며 사는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죠. "

극중 윤성재의 '몸살' 은 그 원인의 90%가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에 대한 분노와 회한에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난 5일 방영분에선 결국 집을 뛰쳐 나오고 말았다. 나머지 1할은 스물세살인 상대방 이신우(이요원) 에 있다. 그 1할이 없었다면 그는 또 묵묵히 데릴사위의 자리를 감수하며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서울 강남의 길거리에서 자주 촬영을 해요. 얼마전 성재가 집을 나와 밤거리를 터벅터벅 걷는 장면을 찍고 있을 때 길가던 30~40대 남자들이 '이경영씨 화이팅!' 하더군요. "

'화이팅' 을 외친 그 남자들도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었던 것일까. 세간에 이요원은 중년 여성의 공적이요, 남성들은 아내 몰래 인터넷으로 '푸른안개' 를 본다는 말이 떠돈다.

"축복받지 못한 사랑에 빠진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부부가 함께 보면서 서로의 사랑과 현재의 위치를 생각해 볼 수 있을텐데…. "

그의 말대로 이 드라마엔 그렇게 나쁜 존재는 없다. "아이를 낳은 것도, 나와 결혼한 것도 자기 의지가 아니었대□" 라며 절규하는 아내 노경주(김미숙) 를 어찌 탓하랴.

'푸른안개' 는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해 한번쯤 자기 모습을 돌이켜보도록 틈을 남겨두는 것이 큰 매력이다. 항상 성공의 화신, 성욕의 노예처럼 그려졌던 드라마 속 불륜 남성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점에 중년 남성 시청자들은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결국 윤성재의 외도는, 말 그대로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이경영은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겁니다. 작가 선생님하고도 얘기가 됐어요.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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