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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족의 로망…텃밭·정원 딸린 알록달록 층층집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아이들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게 좋다. 흙이 있는 풀과 꽃, 나무 그리고 벌레나 새 등 자연과 같이 지내는 동안 많은 것이 아이에게 유익하다. 살아가면서 소중해지는 감수성이 무럭무럭 자란다.아이들은 골목 있는 동네에서 노는 게 신난다. 만나서 부딪치고 깔깔대고 싸우고 돌아서서 뛰놀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부쩍 크는 자신을 알게 된다. 타인을 배려하며 공감하는 능력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혼자 놀고 공부하고 혼자서 울음을 삼킬 수 있는 다락이나 계단 밑, 장롱 속 등 조그마한 공간 속에서는 견뎌내야 할 삶의 큰 공간들을 깨닫게 한다. 크면서 꼭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인접한 ‘도시농부’ 타운하우스 마을은 아이를 가진 30, 40대 부부들에게 맞춤형 주거지다. 운정역 뒤편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계획된 개발구역이 아니다. 띄엄띄엄 집들이 있던 마을에 신도시 개발과 때맞춰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사업이 가능해졌다. 처음 1단지 20가구는 운정 신도시 입주가 이루어진 2009년에 기획해 2010년 분양이 완료됐다. 도시농부라는 컨셉트로 높은 관심 속에 분양에 성공했고 입주 후 만족도가 높아 본격적인 마을 만들기가 시작됐다.

운정신도시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
총 5개 단지 250가구로 이루어진 이 마을은 울타리가 없다. 일반적인 개발사업 단지나 신도시 아파트 단지 같은 경계가 없다. 기존에 사용되던 마을길을 이용해 골목길이 이어진다. 따라서 영역 구분이나 단지의 대문이 필요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2, 3층의 올망졸망한 집들이 다양한 채색으로 녹색 정원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불황과 주택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인근 운정신도시의 새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2011년 분양을 성공시켰다. 땅콩집처럼 새로운 흐름에 맞춰 수요자 눈높이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해 나간 기획력이 돋보인다. 건축을 전공한 최용덕 대표의 디자인 능력도 한몫한 것 같다.

우선 2, 3단지의 새로운 수직형 주택 구조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아파트 생활의 단조로움에 대한 대안으로 내건 ‘평범한 수평보다 개성 있는 수직이 좋다’는 슬로건은 실험적이다. 스킵 플로어(skip floor)라는 반층형 스타일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구조다. 계단을 중심으로 반 층씩 엇갈려 배치된 공간구조는 3층의 건축 형태 안에 7개의 실내공간과 1층 마당, 옥상 발코니 등 총 9개의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그 덕분에 재택 근무자나 자기 취미생활이 주된 주민들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둘째로는 DO 시스템이다. ‘당신의 수고로움을 위로한다’. 도시 생활과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수요층들을 위해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Do it, 즉시 실행한다는 뜻으로 여덟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① 폐쇄회로TV(CCTV)를 이용한 24시간 보안 서비스 ② 출퇴근 및 등·하교를 돕는 셔틀버스 운행 ③ 청소 등 클린 서비스 ④ 세탁수거 서비스 ⑤ 유아방 서비스 ⑥ 돌보미 서비스 ⑦ 택배 서비스 ⑧ 녹색 정원 서비스 등이다. 아직은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시행사인 ‘도시농부’가 관리사무소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250가구가 전부 입주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되면 주민 자치모임에서 관리규약과 함께 시스템화시킬 예정이다.

셋째는 올해부터 문을 연 브런치 바 ‘아무거나(A’muguna)’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식당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주민센터 기능까지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에게 절실한 이른 아침 저렴한 아침식사, 출근 및 등교 뒷바라지를 마친 전업주부들의 브런치 수다방, 돌잔치 집들이 같은 손님 행사에 지쳐가던 부부들을 위한 우아한 연회 장소 등 다양한 활용은 변두리 전원생활에서 누리기 힘든 새로운 해결책이 된다.또 2층 북카페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 중이다. 특히 입주민 중 원어민들이 앞장서고 있는 언어교육은 참여도가 높아져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넷째로는 도시농부 프로그램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가구당 5~6평씩의 텃밭에서는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유기농 식재료까지 수확해 먹는 기쁨을 준다.
여기에 입주민 자치모임에서 주도하는 새로운 커뮤니티 플랜들도 시작됐다. 이른바 창업지원센터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다. ‘따뜻한 삶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생산과 창업을 서로 도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커뮤니티까지 새로운 실험을 준비 중이다. 전통적인 농업 경제에서의 마을 공동체가 도시형 생산자, 즉 ‘도시농부’의 컨셉트로 진화하는 일종의 주거문화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주민 위한 브런치바 ‘아무거나’
우리나라에서 도시에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90%가 넘었다. 또 아파트 가구수가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그칠 줄 모로는 아파트 열풍을 보고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지칭했다.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속락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 속에서도 용적률과 층수로만 계산되는 주택공급 제도들은 대체 뭘 위한 것일까. 우리의 도시생활과 주거환경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저 파주 변두리에서 일고 있는 조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향후 어떠한 의미나 가치를 창출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도시농부 타운하우스, ⓒ Choi Soonyoung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 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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