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피스 시장 매력이 그렇게 없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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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국내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 매력이 사라진 걸까.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자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때 글로벌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 투자자본은 국내 오피스 시장의 큰 손으로 굴림했다. 론스타, 웰스파고, 메릴린치, 맥쿼리, 모건스탠리 등이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던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국내 오피스 시장에 들어왔다.

이 중 모건스탠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국내 오피스 시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회사였다. 10여 년간 10여 건의 오피스 빌딩을 사고 팔아 수익을 냈다.

그런데 요즘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 보기가 힘들어졌다. 오피스빌딩 정보업체인 SIPM 등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계 투자자본의 국내 오피스 빌딩 매입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사지는 않고 팔기만

상반기에 총 26건의 오피스 빌딩이 거래됐지만 외국계 자본이 관심을 보인 물건은 없다. 사지는 않고 팔기만 한다. 독일계 투자회사인 데카는 명동센트럴타워를 국내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팔아 1100억원을 현금화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맥스씨아이도 여의도 아시아원 빌딩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매각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서울 신천동 전산센터를 국내 부동산펀드에 넘겼다.

외국계 투자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오피스 시장의 투자 매력이 사라진 때문이다. 정확히는 지금의 국내 오피스 시장은 외국계 투자자본의 투자 성격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자본은 그동안 주로 가격이 급락한 오피스를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얻어 왔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본은 시세 차익이 목적이었다.

외환위기 때 외국계 투자자본이 대거 국내 시장에 유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에 투자해 2400억 여원의 차익을 남긴 일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공실률 증가하고 공급은 늘고

당시 외환위기로 부도나 자금 경색에 시달린 국내 기업들이 소유하던 사옥•빌딩을 대거 처분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던 것이다. 역삼동 스타타워나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이 헐값에 팔려 나갔던 게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지금은 사옥 등을 내다 팔려는 기업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외국계 투자자본이 뛰어 들어 수익을 낼 만한 구조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연 13.74%에 달했던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최근 연 6%대로 반토막났다.

올 2분기 수익률은 1.73%로 1분기보다 0.05%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공실률 증가 등으로 수익률이 준 탓이다. 2분기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0.6%포인트 뛴 8.4%로 지난 2010년 4분기 8.6% 이후 최고치다.

이런 마당에 용산국제업무지구, 잠실 슈퍼타워 등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어렵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당분간 외국계 투자자본의 국내 시장 탈출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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