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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엽말단 처방으론 경제활력 못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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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영종지구의 부동산 투자이민 기준을 완화하고 보험회사의 해외 환자 유치활동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또 현재 금지돼 있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17일 열린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나온 경기 부양책들이다.

 이로써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민관합동 끝장 토론회’에서 나온 건의 사항 가운데 29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개발 부담금의 한시 감면부터 수출 및 선박제작 금융 지원 확대와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지원대책과 규제 완화대책이 망라돼 있다. 민간 참석자들이 직접 제기한 사안이니만큼 해당 업계로서는 꼭 필요한 대책이고 경기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을 보면 무언가 알맹이가 빠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대책은 제쳐놓은 채 지엽말단적인 대책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잡다한 대책으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도 어렵거니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처할 수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경기 침체에는 일시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시적인 요인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들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세계적인 경기부진은 곧바로 국내경기의 부진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구조적인 요인은 내수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의 글로벌 경기부진 여파와 내부의 허약한 경제체질이 합쳐져 경제 전체를 저성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면 단기적인 땜질식 경기대책보다는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대외여건의 변화에 취약한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를 내수 중심의 안정성장형 구조로 바꾸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력 감퇴를 막을 수 있는 양질의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해법이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업의 육성에 있다고 본다. 의료·관광·교육·법률 등 고급서비스업을 키워 내수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역대 어느 정권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업 육성에 꼭 필요한 핵심 규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늘 변죽만 울려 온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마지막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 임시방편의 땜질식 처방으로 경기부양의 시늉만 낼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에 나설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 이런 구조개혁을 이번 정부가 해내지 못하면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