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창정교 해변 1년 새 30m 깎여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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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꽃지·천리포해수욕장이 있는 충남 태안은 서해안의 대표적 해변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갑작스럽게 해변 모래가 쓸려 나가는 현상이 발생해 백사장 곳곳에 자갈밭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해수욕장은 매년 모래를 외부에서 가져다 덮어야 할 정도다. 여전히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1년간 급격한 모래 침식이 추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소에 따르면 태안군 원북면의 학암포 해변 해안선이 1년 사이 육지 쪽으로 21.78m나 후퇴했다. 해변의 평균 표고도 32㎝가 낮아졌다. 연구소 측은 지난해 5월부터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2개 지역을 선정해 모래 침식과 퇴적 과정을 정밀조사해 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모래가 파도에 깎여 나가면서 해변 면적(조사 대상 8만8852㎡)도 15%나 줄었다. 특히 안면읍의 창정교 해변은 해안선이 30.75m나 후퇴했고 평균 표고도 43㎝ 낮아졌다. 면적도 당초 1만1633㎡에서 45% 줄었다.

 사라진 모래를 다시 외부에서 구입해 채운다면 모래 값과 운반비로 학암포에는 6억3100만원, 창정교 해변에는 2억91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연구소는 추정했다. 연구소 측은 5㎝의 오차범위를 갖는 초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1만7000여 개 지점을 측량했다. 연구소는 무분별한 모래 채취나 옹벽·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설치가 침식 원인인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연구소의 박정원 책임연구원은 “학암포·창정교 해변은 개발이 덜 된 해변인데도 침식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며 “주기적으로 침식과 퇴적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어 10년 정도 장기 추세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 서승직 팀장은 “옹벽이 설치된 꽃지·천리포해수욕장 등에서도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서로 결과를 비교한다면 인위적인 개발이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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