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경기장 정의' 심판의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로스타임을 3분 줬다. 이미 코너킥을 차기 전 3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킥을 하게 했다. 킥한 볼이 안양 공격수와 수원 수비수간에 첫 번째 '쫑난' 상황에서 딱 퉁길 때 휘슬을 불었다. "

지난 2일 '앙숙' 수원 삼성과 안양 LG가 아디다스컵 4강 티켓을 놓고 다툴 때 안양의 쿠벡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동점골을 넣는 순간 종료 휘슬을 불어 프로축구판을 '불난 호떡집' 으로 만든 임종호 심판원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임주심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중계방송된 녹화 테이프를 여러 차례 반복해 보았다. 불행히도 임주심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실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드라간이 코너킥을 했고, 이 공이 문전에 떠올랐을 때 안양의 정광민과 수원의 조현두가 볼을 다퉜다(주심이 말한 첫번째 '쫑난' 상황). 이 공이 수원 수비수를 맞고 흘러 다시 정광민이 슛을 했다. 이 공이 신홍기의 발을 맞고 가운데 있던 쿠벡에게 갔고 쿠벡이 텅빈 골문을 향해 슛을 하려는 순간 임주심은 종료 휘슬을 불었다.

이제 임주심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가 말했듯 만약 코너킥이 선언됐을 때 분명 3분이 지났다면 코너킥을 하기 전 아웃오브 플레이 상태에서 종료 휘슬을 불었어야 했다. 시간이 지났는데 경기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킥을 하게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 올림픽 · 아시안게임 · 세계청소년대회 등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퇴장과 경고, 그리고 페널티킥으로 경기를 망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국민은 분노했고 모든 비난은 감독과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물론 퇴장당한 선수와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지도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런 플레이를 자행케 한 방조자 격인 일부 심판은 늘 비판의 중심에서 비켜 있었다.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심판계는 살을 깎는 자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심판의 경기 운영 미숙으로 물의가 빚어졌을 때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는 몰염치는 추방돼야 한다.

축구 심판은 다심제인 농구.야구 등과 달리 주심이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2명의 부심과 1명의 대기심이 있지만 주심을 돕는 역할일 뿐이고,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주심만이 할 수 있다.

'레프리' 는 '중재인' '심판원' 을 뜻한다. 심판원이 중재를 잘 못하거나, 의혹이 있는 판정을 한다면 경기장에는 질서와 정의가 사라진다. 중재와 심판의 기준은 물론 정해진 룰이다.

1999년 수원의 샤샤(현 성남 일화)가 한국판 '신의 손' 사건을 일으켰을 때 주심을 봤던 중국인 순바오제는 한국을 떠날 때 "내 위치가 나빠 정확히 보지 못했다. 그 때는 머리로 넣은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팬들에게 죄송하다" 고 잘못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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