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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폐지 … “중소형 거래 활성화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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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양도세를 완화키로 했다. 양도세가 줄게 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에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정필(60·가명)씨는 고향인 전북 완주에 보유하고 있는 5500㎡ 땅이 팔리지 않아 걱정을 했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당초 올해까지만 적용토록 돼 있어 올해 땅을 팔지 못하면 양도세를 두 배 이상 물어야 했다.

 서울과 구리(2채)에 모두 3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박미숙(49·가명)씨는 구리에 있는 주택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내년 부활하게 돼 있어 올해 꼭 팔려고 하는데 웬만큼 싸게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김씨와 박씨처럼 비사업용 토지를 가졌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됐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으로 양도세 중과 제도가 완전히 폐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제도는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를 막기 위해 양도차익의 6~38%의 기본세율이 아닌 50~6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려던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내년부터 완전히 폐지하기로 해 굳이 무리해서 올해 안에 집을 팔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법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는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기로 해 절세 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은행 WM사업부 원종훈 세무팀장은 “농지와 임야뿐 아니라 도심 나대지 등을 장기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상담 건수가 꽤 많다”며 “토지는 장기 보유 경향이 커 혜택을 누리는 땅부자가 꽤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절세 규모는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김씨는 5500㎡ 땅을 1983년 3650만원에 매입했기 때문에 올해 시세대로 4억5000만원에 판다면 1억4500여만원(38% 기본세율 적용)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연 3%에서 최대 30%까지 공제)가 적용되면 9395만원만 내면 된다. 5000만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선 특히 주택의 단타 매매를 제도적으로 허용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당장 내년부터 2014년까지 새로 산 주택을 1년 이내 팔아도 기본 세율(6~38%)을 적용한다. 2015년부터는 새로 산 주택을 2년 내 팔면 기본세율을, 1년 내 팔면 40%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기존 세법은 투기성 단타 매매를 규제하기 위해 양도차익에서 1년 내 팔면 50%, 2년 내 팔면 40%를 세금으로 각각 부과했다.

 예를 들어 올해 여름 실수요자가 많은 서울 광진구에서 3억원짜리 주택을 사 올가을 3억5000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하자. 현재 제도에서는 5000만원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50%)가 적용되고 지방세 등이 보태져 2612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 3억원짜리 주택을 사 1년 이내에 3억5000만원에 팔았다면 기본세율만 적용돼 679만원만 내면 된다. 2000만원 정도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은 “경매시장에서 싸게 낙찰해 바로 되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에 발표된 세법개정안은 8~9월 입법예고를 거쳐 9월 말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양도세 혜택이 늘어나므로 서둘러 집이나 땅을 팔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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