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하늘'의 저자 쳇 레이모는 이렇게 하면 별들을 과거와 전혀 다르게 경험할 수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천지창조의 순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인간은 인공 빛이 없는 세상에서 진화한 동물이다. 어둠은 빛 못지않게 우리의 뇌를 조각해 왔다. 어두운 밤은 자연이 준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다. 성경의 예언자 이사야는 "어둠 속에서 걷는 자만이 빛을 본다"고 말했다. 고대 아일랜드의 시인학교는 젊은 시인들에게 주제를 할당한 뒤 창문도 없고 빛이 새어들 틈새 하나 없는 조그만 방에 들어가 하루종일 시만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 도시의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 별빛은 아주 약하기 때문에 손전등 하나만 켜도 잘 보이던 별들이 수십 개씩 사라진다. 쳇 레이모는 도시나 그 근교에서 밤하늘을 보는 것은 러시아워에 뉴욕 중심부 타임스 스퀘어에서 현악 사중주 공연을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밤 사진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환하다.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www.darksky.org)'는 낭비되거나 하늘로 날아가는 빛을 내는 데 드는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빛 공해(light pollution)'라고 부른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피해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어두운 곳을 찾아간다.
이달 초 서울시는 2007년까지 가로등을 고효율 램프로 교체해 밤거리를 두 배가량 밝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밤거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밤 문화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의 밤거리가 밝아진다는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만큼 밤하늘이 멀어지고 꿈과 지혜도 줄어드는 것 같아 서글프다.
이세정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