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세’는 소비 진작책?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안 그래도 비싼 명품 백에 세금폭탄… 수요 줄어들까?’

‘200만원 넘는 명품 백, 가방세 20% 더 내!’.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시선을 끈 내용은 이른바 ‘가방세(稅)’다. 고급모피·시계·귀금속 등에만 부과하던 개별소비세를 명품 가방에도 붙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입 신고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가방엔 추가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세금이 더해지고, 여기에 개별소비세액의 30%에 달하는 교육세도 따라붙는다. 수입 가격이 200만원이라면 시중 가격으로 약 350만~400만원 정도 되는 가방이 그 대상이 될 터다.

특별소비세에서 이름만 바꾼 개별소비세는 보통 사치품에 대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된다. 이번 세법개정안 전반에 대해 ‘부자증세’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걸 보면 ‘가방세’ 역시 그 일환인 듯하다. 고가(高價) 가방의 기준이 왜 수입가 200만원이 됐는지도 궁금하지만 일단 차치하자.

대체 가방이 얼마나 비싸지는지 따져보는 것이 더 궁금할 테니. 수입가격 300만원(소매가격 약 600만원)짜리 가방이라면 추가 금액(100만원)에 대해 20%(20만원)의 개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액의 30%인 교육세(6만원)가 붙는다. 총 26만원 오른다는 얘기다. 같은 계산으로 수입가 400만원(소매가 800만원)짜리 가방은 52만원이 오를 것이다.

자, 그렇다면 과연 가방에 붙은 세금은 사치품 억제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26만원이든, 52만원이든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핸드백 하나 장만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주춤하게 할 것 같진 않다. 샤넬 백이 값을 올려도 잘만 팔리더라는 건 이미 목격했고, 이 시장이 수요와 공급, 가격과 효용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 만한 사실이 아닌가. 오히려 “가방 값이 오르기 전에 사려는 수요가 늘어 매장에서 핸드백이 동날지 모르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예측이 더 타당해 보인다.

‘세법개정안’에 대해선 이구동성 같은 분석이 나온다. 납세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소득세 과세구간 조정, 종교인 과세 방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이는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사안을 다룰 수 없는 정부의 한계라는 것이다. 그러니 알맹이는 쏙 빠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명품 가방 특소세가 더욱 뜬금없어 보인다.

그래도 최대한의 선의로 다시 들여다보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부의 전략적 정책을 내가 못 알아보는 건 아닐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올해 안에 가방을 사려는 수요가 소비를 창출하고 불경기에 도움이 되리란 예측으로 정부가 ‘가방세’를 포함시켰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홍주희 기자 hon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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