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만 교수 "고이즈미 경제 정책 실효성 없어"

중앙일보

입력

미 MIT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25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신임 일본 총리의 경제난국 타개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일본의 불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개혁과 부실을 제거하는 대신 ▶엔화가치를 더 떨어뜨리고▶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어 달러나 유로화를 사들이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해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고이즈미 총리는 (대공황을 이겨낸)루즈벨트 대통령보다는(대공황에 잘못 대처한)후버 대통령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신임 총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했으며 개혁을 위한 실업을 두려워말라고 강조했다.

강경하고 용기있는 자세이긴 하지만 이는 후버대통령의 재무장관이었던 앤드류 멜론의 재앙 같은 조언을 연상시킨다. 멜론은 "노동.주식.부동산을 모두 정리하고 곪은 제도를 제거하면 사람들을 난파선에서 구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조언은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했을 뿐이다.

일본의 침체가 생산능력이 한계에 부닥쳐 온 것이라면 ▶우체국예금 민영화▶은행 부실채권 정리 등 고이즈미식 처방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위기는 만성적인 수요부족에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선 개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봤자 득보다 실이 많다. 공급은 더욱 늘게 되나 소비되지 않아 재고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법은 있다. 일본은행이 달러나 유로화, 또는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약간의 인플레와 엔화약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일본이 이런 정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령 고이즈미가 그러고자 해도 다른 정책결정자들이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행 총재는 경기침체가 부실정리와 개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오닐 미 재무장관은 일본에게 지나친 엔저(低)를 용인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은 불쌍하다. 일본은 과거로부터의 교훈을 배우기를 거부하는 자들의 희생물이 돼가고 있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