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중국해 평화법 발의 … 중,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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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아시아 영토 분쟁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6일(현지시간) ‘남중국해 평화법’을 발의했다. 3일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중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내정 간섭”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그 입 다물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고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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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 평화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표 발의자인 에니 팔레오마배가(민주·미국령 사모아)는 “중국이 이웃 국가를 계속 위협하고 국제법적 근거 없이 광범위한 영토 소유권을 주장하는 점이 우려된다”며 평화적 해결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은 6월 말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도서 지역을 한데 묶어 싼사(三沙)시를 설립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수송로의 중요한 길목인 데다 막대한 해양자원과 석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이 일대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독립 행정구역으로 편입한 것이다. 베트남과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사단급 부대를 이 지역에 주둔시켰다. 상주 인구 증가를 위해 저가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밝히는 등 실효 지배 강화 속셈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미국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 “중국이 분쟁 지역에 싼사시를 설립하고 군부대 진입 의지를 드러내 주변국들의 긴장 완화 노력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도 모리모토 사토시 일본 방위상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직접적인 대결은 피해야 한다”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평양 시대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이 중국의 패권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집중포화로 맞섰다. 중국 외교부의 장쿤성(張昆生) 부장조리는 즉각 주중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왕 대리대사를 불러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에는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이 “싼사시는 완전히 중국의 주권 사항에 속하는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 푸잉(傅瑩) 부부장은 5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사안은 중국과 필리핀·베트남 등 양자 간 문제”라며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갈등을 처리하길 희망한다”며 미국의 개입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러한 중국의 강경한 대미 발언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베트남·일본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국가를 끌어안길 결코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양국의 치밀한 계산이 깔린 설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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