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한 동화전집 『꼬마 다글리』

중앙일보

입력

동화 전집 『꼬마 다글리』 중 『이야기를 담은 우리 한복』에 실린 궁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직책별로 다양한 전통 의복을 입었다.

글·그림에 대면 센서 달린 펜, 외국어로 읽어줘

“나는 한글을 처음 보았을 때 글자인 줄 몰랐어요. 구불구불 고불고불. 왜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는지. “할머니, 진지 드세요!” “아가야! 밥먹으렴.” 왜 어른께 하는 말과 아이에게 하는 말이 다른지 궁금했지요. 한글이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나는 자음 모음을 이렇게 저렇게 붙여보았어요. 좔좔 줄줄 모두 글자가 되었어요. 그리고 한글에는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한글은 정말 멋진 글이에요. 나는 멋진 한글에 폭 빠졌어요.”

동화책 『한국에 폭 빠진 이야기』 일부다. 글쓴이는 따루 살미넨(핀란드).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 됐다. 주한 외국인 여성들이 주인공인 TV 토크쇼에 출연했던 그가 함께했던 외국 여성들과 더불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동화전집 『꼬마다글리』(도서출판 아람)의 저자로 변신했다. 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외국인의 입장에서 경험했던 한국의 문화에 대한 느낌과 인상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냈다. ‘다글리’는 ‘다문화 글로벌 리더’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약어로 전집은 68권으로 이뤄진 ‘세계편’과 10권으로 구성된 ‘한국편’으로 구성됐다.

한글·한복·음식·한옥·도구·문양·문화재·전통놀이·장·관습을 주제로 한 한국편은 6~8살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만큼 묘사나 서술 위주의 기존 방식을 벗어나 동화, 문제 풀이, 시 등 다양한 표현으로 꾸며졌다. 한국 전통 의복을 입은 외국인 저자들의 캐릭터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길잡이 역할을 한다. 플래시를 보는 듯한 그림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세이 펜’ 기능도 담았다. 세이 펜은 센서가 달린 펜 모양의 도구다. 이를 동화책의 글과 그림에 대면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단말기다. 다문화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언어를 몽골어·베트남어·중국어·필리핀어·태국어로 바꿔가며 들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도서출판 아람 이병수 대표는 “외국인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이 우리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했다”며 “단순한 관광용 소개가 아니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은 물론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해외 교포 자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온돌방·높임말 등 살면서 겪은 경험담 들려줘

『한국에 폭 빠진 이야기』는 따루 살미넨이 한국 문화를 처음 만났을 때 경험을 담고 있다. 상대의 연령에 따라 표현이 달라 겪은 혼란, 온돌방이 뜨거워 혼난 추억, 시끄럽기만 했던 풍물놀이의 매력에 빠지게 된 사연 등을 들려준다.

메자 이쉬투(에티오피아)가 쓴 『보글보글 부엌에서 무슨 일이』는 비빔밥·돌솥밥·대나무통밥·굴밥·쌈밥 등과 다양한 떡을 보여주며 쌀의 다양한 변신을 소개한다. 수십 가지의 김치, 여러 나물무침까지 다양한 반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와 함께 돌상·환갑상·혼례상·제사상 등 행사별 상차림도 설명해준다. 후지타 사유리(일본)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한복』에선 기쁜 날, 슬픈 날, 행사·직업별로 달랐던 한복의 종류와 기능에 대해 설명해준다. 『복주머니 찾기』에선 설날을 맞아 한복을 입은 졸자야 투르바트(몽고)가 한옥을 돌아다니며 한옥 곳곳의 멋을 보여준다. 장독대·뒷간·부뚜막·아궁이·대들보·병풍·벽장 등 한옥의 여러 기능과, 지역별로 서로 다른 초가집의 형태에 대해 알려준다.

『바꿔라 바꿔』는 브로닌 멀렌(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요술사가 돼 옛 도구들을 소개한다. 엿가위·물지게·다듬잇돌·똥장군·개다리소반·지게·벼루·붓·한지·소달구지 등이 사용되는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해 이해를 도와준다. 폴리나 리피나(뉴질랜드)는 『어디어디 있나』에서 기와·민화·한복·병풍·음식 등에 숨겨진 다양한 동물문양·오방색 등을 찾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정서에 대해 소개한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문양과 색도 함께 소개해 국가 간의 문화도 비교해본다.

미르야 말레츠키(독일)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에선 동물 친구들과 함께 연날리기·딱지치기·비석치기를 하며 전통놀이를 소개해준다. 놀이에 쓰이는 도구의 종류와 놀이방법, 그 속에 담긴 의미도 함께 풀어준다. 안젤라 아라우호(콜롬비아)는 『항아리의 비밀』에서 콜라와 간장, 케첩과 고추장을 비교하며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발효음식의 종류와 영양소에 대해 알려주고 발효음식을 만들 수 있었던 항아리의 제작과정을 들려준다.

『솜씨 부리는 손』에서 아비가일 알데레떼(파라과이)는 짚신·장승·대금·사기그릇·연장 등을 만드는 장인들의 솜씨를 전한다. 송편을 조물조물 빚어내는 한국인들의 손 놀림을 묘사하며 제작현장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모국인 파라과이의 전통도자기인 ‘냔두띠’와 ‘아레과’와 비교하며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준다.

따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위 아래로 구불구불한 한글 간판에 낯설었지만 이후 한글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게 도와준 도구가 됐다”며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주한 외국인들과 다문화봉사단을 만들어 다문화가정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꼬마 다글리』각 권 내용은

· 일본인 사유리가 한복의 종류와 기능, 궁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었던 한복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보면서 한국의 미를 느끼게 해준다.

· 에티오피아 출신 메자가 한국의 전통 음식과 우수성 만드는 법 등에 대해 소개한다. 행사별 음식문화와 식사예절도 함께 담아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 핀란드에서 온 따루가 한국에 와서 한글·한복·호랑이·사물놀이·김치·구들(온돌)을 처음 봤을 때 가졌던 느낌과 이를 배우던 경험, 그후 바뀐 생각을 담았다.

· 몽골에서 온 졸자야가 잃어버린 복주머니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한옥의 멋과 기능에 대해 알려준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브로닌이 마술사로 등장한다. 낡은 지팡이를 바꾸기 위해 장터·농촌·부엌·길거리 등을 다니며 전통 도구들을 살피고 그 속에 담긴 문화를 알려준다.

· 뉴질랜드 출신 폴리나가 호랑이·박쥐·연꽃·오방색 등 전통문양과 색을 찾는 내용. 문양에 담긴 정서를 설명하면서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법을 안내한다.

· 대만의 허이령이 주인공을 도와 유물 속 아가 동물들의 엄마를 찾아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재와 유물에 담긴 내용과 당시 정서와 문화를 보여준다.

· 독일인 미르야가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놀이를 즐긴다. 연날리기·팽이치기·딱지치기·비석치기 등 전통놀이의 종류와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 콜롬비아에서 온 안젤라가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인 장금이로 분장해 한국의 전통 장에 대해 소개한다. 된장·고추장·간장의 맛·제조법과, 항아리의 모습과 기능을 설명한다.

· 파라과이의 아비가일이 짚신·장승·옹기·호미·송편을 만들고 있는 솜씨 좋은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제작과정을 보여주면서 한국의 시골 모습을 보여준다.

※자료=도서출판 아람(www.arambook.net)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도서출판" 아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