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고문 흔적 검사 정부에 요청했지만 답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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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중국에서 전기고문을 받았던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귀국 직후 고문 흔적을 채취하기 위한 특수검사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그는 “왜 더 빨리 검진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관련 당국에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영환석방대책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상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는 표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의사들은 이미 시간이 흘러 증거를 찾기 어렵겠지만 대단히 전문적인 검사장비에 기대면 실낱 같은 희망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8일 지인이 운영하는 전주 인근의 한 개인병원에서 고문의 물증을 찾기 위한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귀국 당일인 20일 김씨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으며 정밀검사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는 시설 수준 등의 문제로 힘들다고 얘기했던 것”이라며 “오히려 김씨가 먼저 병원을 물색한 것을 알고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외교통상부의 소극적 대응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대부분의 고문은 체포 후 10일 내에 집중되는데 자국민이 가장 고립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도 우리 외교당국은 29일 만에야 영사면접을 해줬다”며 “외교부 설명대로 중국이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면 이건 한·중 외교가 정상이 아닌 것이고, 그 설명이 거짓말이라면 심각한 임무 방기와 근무 태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서 영사면접이 늦춰진 이유에 대해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지 않으면 나는 한국 정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국회 외통위 차원의 청문회가 민주통합당의 반대로 불발된 데 대해서도 “한국 정치권이 중국 정부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기 부담스러워 일시적으로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편적 인권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한·중 관계 발전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치범에 대한 가혹행위 등 중국 내 인권문제를 끝까지 지속적으로 거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영환석방대책위는 9일 ‘김영환고문대책위’로 이름을 변경한 뒤 중국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유엔 산하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에게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활동 계획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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