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우차 '퇴직자 일자리 찾아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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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흐른다고 근로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우차의 조기 정상화는 퇴직자가 한명이라도 더 일자리를 찾고, 차가 한대라도 더 팔려 이익이 나야 이뤄집니다. "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이 정치.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2시 인천시 도원동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대우차 퇴직자를 위한 채용박람회' 현장.

이종대(李鍾大)대우차 회장은 행사장을 찾은 기업 관계자들을 붙잡고 자신이 내보낸 대우차 직원들을 써달라고 간청했다.

◇ 5백명 취업 성공〓이날 체육관에는 3백개의 채용기업들이 7백50평의 행사장 밖 로비에까지 부스를 설치한 가운데 7천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3천5백개의 관중석에는 가족.친지들이 앉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지난 2월 19일 1천7백50명의 생산직 정리해고로 대우차를 떠났다가 이날 ㈜일레덱스에 취업이 확정된 金모(30)씨는 "새 직장의 급여가 대우차의 70% 수준이지만 일자리를 찾아 기쁘다" 며 "부천 산곡동 성당에서 농성하며 복직투쟁을 벌이던 동료 몇명도 만나 반가웠다" 고 말했다.

대우차 희망센터와 노동부 주관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하이테크전자.에몬스가구 등 경인지역 중소업체들이 주로 참가해 5백여명의 채용이 확정됐고 1천여명 이상이 최종면접을 약속받았다고 대우차는 밝혔다.

지난 2월 23일 퇴직 근로자들의 재취업 알선을 위해 문을 연 대우차 희망센터는 지난 18일 현재 3천9백86명을 상담해 4백36명을 취업 또는 창업시켰고 앞으로도 3천명 이상을 재취업시킬 계획이다.

◇ 급여 격차가 걸림돌〓이날 박람회에서 퇴직자들은 구인업체의 급여수준이 대우차 근무 때의 급여와 차이가 커 갈등을 겪었다.

대우차에 따르면 대우차 퇴직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2백25만원이었으나 인천지역 구인업체의 평균임금은 1백50만원 수준이다. 퇴직자들은 6개월 동안 월 80만~1백5만원의 실업수당을 받는다.

대우차 관계자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르는 우리나라 근로자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자유로운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차는 지난달 말 이종대 회장 명의로 종업원 30명 이상 기업체 2만6천곳에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호소하는 구직 편지를 발송, 2백50개 업체로부터 구인요청을 받았다.

李회장은 "대우차에 온 4개월 동안 2만2천명의 직원 중 6천8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며 "절망에 빠진 단 한사람이라도 취직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게 없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지난 17일 대우차 임직원들과 서울역광장 등에서 대우차를 사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오는 7월부터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이 끊어져 자체적으로 영업수익을 내야 하는 데다 영업실적이 좋아야 GM과의 매각협상에서도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어 판매 증대에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이날 대우차의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 "물건 값이 낮은 물건을 낮은 가격에 팔면 헐값 매각이 아니라 제값 매각" 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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