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머레이, 페더러 꺾고 테니스 남자 단식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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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희망' 앤디 머레이(25·영국)는 경기가 끝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스위스)를 세트스코어 3-0(6-2, 6-1, 6-4)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 달 만에 갚은 설욕

머레이는 지난달 9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가졌다. 2012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 머레이는 1936년 윔블던 우승자인 프레드 페리 이후 76년 만에 영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길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만나 1-3(6-4, 5-7, 3-6, 4-6)으로 역전패했다. 경기 후 그는 땀과 눈물이 범벅된 상태로 "그래도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쉽지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겠다"를 말을 남기며 앞으로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 달이 지나 머레이는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윔블던 코트에서 다시 한 번 페더러를 만났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설욕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홈 어드밴티지와 영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의 힘을 등에 업은 머레이는 경기 내내 페더러를 압도했다. 최고 시속 218km에 달하는 강한 서브와 네트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1세트를 단 2게임만 내주며 쾌조의 출발을 보인 머레이는 2세트에서는 단 1게임만 뺏겼다. 전열을 가다듬은 페더러가 3세트에서 첫 게임을 잡으며 분전했지만 흐름을 탄 머레이를 막을 수 없었다. 머레이는 3세트를 6-4로 가져가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머레이는 그의 여자친구, 코치, 어머니와 차례로 포옹을 나누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테니스 황제'의 아쉬움

로저 페더러가 런던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그는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페더러는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림픽 남자 단식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3회전 탈락, 2008 베이징올림픽 8강 탈락이 그가 거둔 성적이었다. 전날(4일)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31)가 금메달을 따내 '커리어 골든 슬램'을 작성한 터라 '황제'의 위용에 걸맞은 기록이 세워질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페더러는 한 달 전 기분 좋은 기억을 이어가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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