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4000억 ISD대전 시작 정부 vs 론스타 로펌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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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의 ‘아널드앤드포터(Arnold & Porter)’ 대(對) 법무법인 세종과 미국계 다국적 로펌 ‘시들리-오스틴(Sidley Austin LLP)’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4조원대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 담당 변호인단 진용이 5일 드러났다. 피신청인 측인 법무부가 국내 대리인으로 태평양을 선임한 데 이어 지난주 해외 대리인으로 미국의 중소 전문로펌을 최종 선임하면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1967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가입한 지 46년 만에 첫 ISD 소송의 창과 방패가 정해졌다. 대상 금액이 2조4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제중재 대전(大戰)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5일 법무부와 해당 로펌 등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했다”며 정부에 ‘ISD 회부 의사통보’를 했다. 이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승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중시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국제중재팀을 꾸린 태평양과 투자분쟁분야 전문 로펌인 미국의 아널드앤드포터를 낙점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중재재판소가 심리한 ‘론스타의 외환카드 합병 무효 소송’에서 외국계투자회사인 올림푸스캐피털을 대리해 승소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아널드앤드포터는 투자·조세 분야에서 세계적인 로펌이다. 태평양 김갑유(50) 변호사는 “조세·투자·중재 분야 전문가 수십 명으로 팀을 구성해 변론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신청인 측인 론스타는 일찌감치 변호사만 1000명이 넘는 다국적 로펌 ‘시들리-오스틴’을 선정했고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추가로 선임했다. 당초 국내 최대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아갔으나 김앤장 측에서 국민 감정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의 김두식(55) 대표 변호사는 “수임을 결정한 것 맞다”면서도 구체적 전략은 밝히길 꺼렸다.

 이번 ISD 소송의 주요 쟁점은 ▶한국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는지 여부 ▶외환은행·스타타워 매각 수익 4조7000억원에 대한 3930억원의 과세 적합성 문제 등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가 2005년 론스타 관련 기업에 부적절한 세무조사를 진행해 압력을 행사했고 2006년 KB금융지주, 2007~2008년 HSBC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려 할 때 한국 정부가 고의로 승인을 지연시켜 수십억 유로(2조원대 추산)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법 및 국제법규에 따라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오는 9월께 사전협의를 거쳐 11월 ICSID에 정식 제소된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3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정원엽 기자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본 외국 투자 기업이 제3의 국제중재 절차를 이용하도록 한 제도.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심리한다. 한·미 FTA 체결 당시 우리 정부의 조세 부과 행위를 국제법정에 회부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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