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올림픽 4강에 오른 홍명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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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이 4일(현지시간) 개최국 영국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것은 ‘준비된 한국 축구’의 개가다. 이번 4강 진출은 단순한 일회성 승리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 한국 축구가 얻어낸 귀중한 성과다. 상대를 철저히 연구해 최적합 선수를 기용한 지도자의 리더십, 생소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큰 경기에서도 침착하게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자신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단 전체의 집념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거둔 한국 스포츠의 개가다.

 홍명보호는 이날 8강전에서 120분간의 힘든 연장전 끝에 1-1로 비긴 뒤 긴장의 승부차기에서 5-4로 끝내 승리를 거머쥐는 투지를 보여줬다. 여기에 자신감과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공격적이면서 투지와 자신감에 넘치는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선보여 밤새 응원한 한국 팬들을 시원하게 해준 것은 물론 영국 선수·축구팬으로부터도 찬사를 들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젊은 세대의 수혈이 보여준 다양성과 국제화의 힘이다.

 이들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지붕 닫은 경기장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투지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스포츠 정신의 귀감이다. 남자축구가 올림픽 4강에 오른 것은 1948년 올림픽 참가 이후 처음으로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에 버금가는 경사로 기록될 만하다. 이에 남은 것은 나머지 경기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당당한 스포츠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 어린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앞으로 체력·기술·정신력에서 더욱 성장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