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여왕'의 위대한 도전, 오늘 밤을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역도 여왕'이 마침내 출격한다.

장미란(29·고양시청)이 5일 밤 1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kg급에 출전한다. 장미란은 아직 메달이 없는 한국 역도의 마지막 희망이다.

4년 전 베이징에서 장미란은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가볍게 금메달을 따냈다. 인상 140kg, 용상 186kg을 들어올린 장미란은 합계 326kg을 들어올리며 경쟁자들을 한참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진정한 역도 여왕의 면모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장미란은 주춤했다.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교통사고 후유증, 허리 통증 등으로 국제 대회에 자주 나서지 못했다. 결국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에게 우승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세계선수권을 아예 건너 뛰었다. 그사이 카시리나를 비롯해 저우루루(중국) 등 신예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섰다. 장미란이 4년 전 베이징에서 세웠던 세계 기록 가운데 인상(148kg)은 카시리나, 합계(328kg)는 저우루루가 새롭게 경신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 나섰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자신감은 넘친다. 올림픽에 처음 나서는 카시리나·저우루루와 다르게 장미란은 이미 2차례나 올림픽을 경험했다. 큰 경기에서의 운영 능력이나 관록, 경험 등은 장미란이 단연 한수 위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장미란도 해볼 만 하다. 김기웅 역도 여자대표팀 감독은 "장미란은 베테랑이다. 신예들보다 노련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좌우 밸런스를 잡는데 주력해왔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한쪽 어깨가 처지는 문제가 자주 나와 자세 교정 훈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최근 인상 135kg·용상 175kg·합계 310kg까지 들어올렸다. 개인 최고 기록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우승 당시 기록인 인상 125kg·용상 165kg·합계 290kg보다 나아진 기록이었다. 상대적으로 강한 용상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해 메달 색깔을 바꾸겠다는 것이 장미란의 전략이다.

만약 장미란이 메달을 따내면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이 부문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내는 것도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보다 부족함과 어려움이 많다. 메달을 따겠다는 말 보다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용상 마지막 시기를 들어올린 뒤 환한 장미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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