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퇴직 이후’를 걱정하지만 막상 ‘어떻게’에 부닥치면 막막하다. 이럴 때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아쉽게도 국내엔 아직 은퇴 플랜에 대해 조언을 받을 만한 연구기관이 많지 않다. 지난해 초 설립된 삼성생명보험 은퇴연구소 이창성 생애설계센터장을 2일 만나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그는 “나이 50에선 자신의 인생에서 줄일 건 줄이고 더해야 할 건 더하는 ‘재고 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생애설계센터장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50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번은 언제 은퇴할 건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2번은 재무구조 점검과 다운사이징이다. 흔히 은퇴 후 소득은 은퇴 직전 소득의 70%는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부부 기준으로 생활비가 월 200만원은 돼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다. 안타깝게도 베이비부머들은 그만큼 준비가 돼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60%인 120만원 정도나 될까. 그런데 국민연금·개인연금 가입했고 퇴직금 있으니 어떻게 되겠지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막상 퇴직하면 여기에 턱없이 못 미쳐 당황한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45만원대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현재 30%가 안 되고 대개 1건 가입이다. 퇴직금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부분 중간정산을 받았기 때문에 이자소득을 따지면 얼마 안 된다. 50대는 자산 구성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76.2%나 된다. 자산을 집까지 포함해 계산하지 말고 월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다시 파악해 구성해야 한다.”
-50대가 ‘다이어트’해야 하는 대표적인 지출은.
“5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이다. 한국은 자녀에게 어린 시절부터 재무교육을 시키지 않다 보니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 수천만원 들여 호텔에서 하는 걸 예사로 여긴다. 대학 졸업도 모자라 집 사주고 고가의 혼수를 해주는 건 가족 전체 라이프 플랜으로 봤을 때 무리다. 부모에게 짐을 지우면 훗날 자녀에게 부양 부담이 돌아온다는 인식부터 해야 한다. 결국 은퇴자금이 먼저냐,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먼저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다. 철저히 현실적이 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추가 지출을 예상해야 하는 항목은.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항목이 의료비와 간병비다. 뇌혈관·심혈관 질환, 암 등 건강보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질병에 걸렸을 경우 지출이 상당하다. 목돈을 미리 모아놓든지 보험을 들든지 꼭 신경 써야 한다.”
-가처분소득을 마련하는 방법으론 뭐가 있을까.
“부동산을 줄이는 것도 하나다. 규모를 줄이거나 집값이 싼 지역으로 옮겨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만 60세 이상부터는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주택연금은 실시 5년밖에 안 됐는데 곧 가입자 1만 명을 돌파한다. 최근 1년여 새 가입자가 급증했다. 노후에 대한 자각 때문일 거다.”
-돈 외에 ‘인생 2막’에서 중요한 요소는.
“은퇴 시기 결정과 재무구조 점검이 끝났다면 뭘 하면서 살 건지를 정해야 한다. 통상 ‘행복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는데 1번은 소득, 2번은 가족관계, 3번은 건강, 4번은 취미나 여가, 5번은 사회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이다. 1번 못지않게 나머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4번과 5번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의 생활이 나와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면 은퇴 후엔 사회를 위해 공헌할 게 없는지를 찾아보는 게 좋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로스무어라는 은퇴 커뮤니티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할머니들이 부지런히 뜨개질을 해 만든 옷을 병원에 기증하고 아프리카에 보내는 식으로 ‘은퇴=봉사’라는 개념을 당연시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취미나 여가활동도 중요한데.
“은퇴했다고 배우자하고만 종일 지낼 순 없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은 회사를 중심으로 모든 인간관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은퇴와 동시에 단절이 올 수 있다. 그걸 보완하려면 취미활동이 필수다. ‘제2의 회사’를 찾는다는 심정으로 동호회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하길 권한다. 가볍게 즐길 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접근해도 좋다. 취미 분야에서 프로가 된다면 성취욕이 생기는 건 물론 소득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