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가해자의 결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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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호 16면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편안하면 약하거나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해 주지만, 병들고 살기 팍팍한 집단은 그 집단을 지속하기 위해 분노를 대신 받고 괴로워하는 속죄양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끼리의 왕따뿐 아니라 지역주의, 인종주의, 인터넷의 안티 사이트들도 일종의 집단적 따돌림 현상이다. 약자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가해자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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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지적인 지능은 높지만 감성이나 사회적 지능은 낮은 아스퍼거(Asperger)증후군이나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많다.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지만,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우쭐하기만 하지, 당하는 이의 아픔에는 관심이 없고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 둘째, 누군가를 충동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경우다. 주로 충동조절장애, 과잉행동증후군,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장애 때문이다. 우울하고 불안하면 행동을 삼가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예측할 수 없는 과격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셋째, 따돌리는 가해자들에게 은근히 동조하거나 눈을 감는 이들이다. 자신은 따돌림 당하지 않는 것에 우선 안심한다. 약자의 편에 서면 손해볼 것이 두려운 회피형 인간들이다.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이나 도덕적인 양심도 미약하다.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감능력과 죄의식이 부족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중독자들을 검사해 보면, 소통과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폭력적인 따돌림 때문에 고통 받았던 이들이다. 과거의 상처를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에게 풀면서 보상받으려 하거나 또 따돌림 당할까봐 무서워하며 따돌리는 대열에 마지못해 합류한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다. 자신이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부모, 나와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부정(Denial)하면서 모든 잘못을 친구·학교·조직 등 외부에 투사(Projection)하는 부모도 가해 학생을 만든다. 부모가 우울증 등으로 무기력해져 아이들에게 도덕관념을 가르치지 못해도 따돌림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폭력적인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휘둘리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폭력을 방치한 부모(Negligent Family)들에게 피해자들이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고,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을 엄정하게 벌주자는 여론이 높다. 어른 사회에서도 특정인을 따돌린다는 것에 분개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따돌림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닭장 속에선 강한 닭이 먼저 좋은 모이를 차지하고 가장 약한 놈은 따돌림시키는 위계질서가 있다. 반대로 철새나 코끼리 등 자연에서는 무리끼리 최선을 다해 서로를 보호한다. 감옥 같은 닭장이 닭으로부터 보호와 돌봄의 본성을 앗아간 것이 아닐까. 그러니 가해자들을 벌주고 가두어만 둔다면, 오히려 폭력과 죄만 더 배울 가능성이 높다. 소년원과 구치소를 재소자들이 왜 학교라 칭하겠는가. 가해자들을 회색 벽에만 두지 말고, 농사 짓고 나무도 가꾸는 등 자연 속의 노작(勞作)교육과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봉사의 경험을 하게 한다면 훨씬 교정효과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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