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현실 뒤섞인 상태에서 『순수박물관』 집필했다” 파무크, 2009년 특강서 밝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오르한 파무크의 장편 『순수박물관』은 어떤 배경에서 쓰여졌을까.

 파무크의 집필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강연록을 단독 입수했다. 파무크가 200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했던 ‘순진하고 감성적인 소설가(The Naive and Sentimental Novelist)’라는 주제의 특강이다.

 파무크는 이 강연에서 소설 작법 등 자신의 문학관을 주로 설명했는데, 그 가운데 ‘박물관과 소설’이란 채프터가 있다. 『순수박물관』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대목이다. 이 강연록은 올 하반기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강연록에 따르면 파무크는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상태에서 『순수박물관』을 집필했다. “실제 물건들을 늘어놓고 그 물건에 적합한 상황과 장면을 상상하며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를테면 소설에서 퓌순이 운전을 배울 때 입은 원피스를 실제로 구입해 세부적인 묘사를 적었다. 파무크는 “실제 물건과 소설을 충동적으로 관련 지었다. 그 충동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결핍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이 마치 현실처럼 여겨지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허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독자들은 상상력의 결핍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파무크는 “독자들은 자신들이 상상했던 소설 속 세계가 현실로 실현될 때 자긍심을 느낀다”며 “자긍심이야말로 소설 독자와 박물관 관람객을 통합시키는 공통 감정”이라고 밝혔다. 『순수박물관』의 주인공 케말도 “순수박물관의 핵심은 자긍심”이라고 말한다.

 『순수박물관』은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 박물관으로 확장된 문학적 사건이다. 자신이 상상했던 소설 속 박물관이 실제 박물관으로 구현된 현장을 확인하면서 독자들은 일종의 자긍심을 체험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