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한국럭비, 새 돌파구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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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럭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전통적인 7인제 강국인 한국은 21일 열린 2001 월드시리즈 말레이시아 7인제대회 조별예선에서 강호 피지와 아르헨티나에 맥없이 무너지며 1승2패로 9~16위전인보울토너먼트로 떨어졌다.

비록 이번 대회들어 주축선수인 용환명(삼성SDI)이 다리부상으로 결장하고 홍콩,상하이대회에 이어 20일간 3차례나 대회에 나서느라 피로가 누적돼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4강에 올랐던 한국의 `용맹'은 전혀 볼 수 없었던 것. 한국럭비가 힘과 기본기보다는 정신력과 노장선수들의 조직력에 의존하다보니하늘과 땅을 오가는 성적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뼈아픈 자각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최소한 아시아정상이라도 유지하려면 기존의 스타일에 기댈것이 아니라 힘을 앞세운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껍데기를 벗는' 과정이 절실하게됐다.

정형석 대표팀 코치는 "최근 7인제 럭비는 패스를 통해 상대수비를 피해가는 피지 스타일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통해 수비진을 무력화하는 뉴질랜드 스타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직까지는 한국의 정교한 조직력과 패스워크가 아시아에서는 약발이 통하고 종종 강호들을 잡는 이변을 낳기도 하지만 더 이상은 국제무대에서 통하기 힘든만큼 일대 전환이 필요한다는 지적.

정코치는 또 "라이벌인 일본도 이러한 세계적 조류에 맞춰가고 있기에 한국이내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키 위해서는 기존의 노장선수들에 대한의존에서 탈피, 남은 기간 젊고 힘있는 선수들을 준비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은 그간 경기력을 지탱하는 대외 행정에 있어 우물안 개구리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도 럭비인들 모두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간 예산이 없어서 초청대회 외에는 나서지 못했던 서글픈 현실은 차치하고라도 협회가 국제활동에 힘을 쓰지 못해 한국의 위상제고는 커녕 세계럭비계의 동향에도 감감무소식이었던 것.

한국보다 경기력에서는 몇수 아래인 말레이시아가 적극적인 스폰서확보를 통해월드시리즈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콸라룸푸르=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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