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런던서 맞은 평창 D-20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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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올림픽은 역시 인류의 잔치다. 지금 영국 런던은 잔치마당이다. 보기만 해도 흥겹고 즐겁다. 올림픽은 체육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픽, 이땐 그리스 전역이 모든 전쟁을 멈추지 않았던가. 이처럼 올림픽은 태동기 때부터 스포츠만의 행사가 아니라 평화를 갈구하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담은 잔치였다.

 D-2018. 오늘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최가 꼭 2018일 남았다. 그날이 오면 우리도 평창과 강릉에서 손에 손 잡고 지구촌 축제의 한마당을 펼칠 것이다.

 런던 올림픽을 돌아보니 인상적인 게 하나 있다.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성과 전 인류적 차원의 의미 있는 삶이다. 예컨대 대회기간 중 선수촌과 미디어 촌에 쓰일 바나나와 차, 커피 및 초콜릿을 공정무역을 통해 조달한 것만으로 사용한다. 공정무역은 수입되는 농수축산물에 제값을 쳐 줌으로써 이를 생산하는 가난한 농부와 어부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든다는 취지다.

 이처럼 올림픽은 미래와 평화를 지향한다. 올림픽 정신을 현장에서 체험하다 보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벌써 마음이 설레고 각오가 새로워진다. 우리는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허브로서 올림픽 운동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을 참이다. 세계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경제와 문화, 환경, 평화올림픽을 실현하는 게 평창의 목표이자 역사적 과제다.

 런던 올림픽은 개막식을 비롯해 각종 부대행사 등에서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평창은 5000년 한국 전통문화의 터전 위에 다채로운 세계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당당한 선진국 대열로 확인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가 선수들이 규칙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 국민도 그런 가치관을 앞세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평창은 특히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 올림픽 사상 최초로 ‘스마토피아(스마트+유토피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고유의 스토리를 최첨단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보여줄 장치로 준비 중이다. 우리가 최초로 상용화한 4세대에 이은 5세대 이동통신과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홀로그램 등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관중석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기본적으론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높게’라는 올림픽의 본질에 충실할 것이다. 그 어느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짜임새 있는 행정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기록을 낼 수 있게 철저히 선수중심, 경기중심의 대회로 치르는 게 평창의 기본 과제다.

 런던 올림픽은 경기장 등 시설에 있어 화려함보다 내실을 강조했다. 영국 특유의 실용주의는 세계적 이벤트로서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평창도 내실 있는 친환경 대회를 다짐하고 있다. 개·폐회식장과 미디어 센터로 활용되는 IBC(국제방송센터)와 MPC(메인프레스센터) 등은 모두 저탄소 임시시설로 지어 환경오염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합리적인 경영으로 낭비요소를 배제하고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 올림픽 대회의 경제성을 극대화하면서 사업수익 개발로 흑자 대회를 만들고자 한다.

 1988 서울올림픽의 감동과 2002 월드컵축구대회의 열정처럼 스포츠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이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보고 배워 평창 동계올림픽을 더 아름다운 축제, 더 미래지향적인 잔치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해본다.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