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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인 성범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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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제 우리 사회가 노인들이 저지르는 성(性)범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때가 됐다. 경남 통영의 한 마을에선 현재 60~70대 노인들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지난해 전남 장흥에서도 일어나 동네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10여 명의 60~70대 남성들이 줄줄이 기소되기도 했다. 부산에서도 70대 남성이 이웃집 시각장애 여성을 1년여간 성폭행하다 뒤늦게 안 여성 부모의 신고로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노인 성범죄는 최근 들어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가해자 중 60대(61~70세)가 809건, 71세 이상이 2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481건(60대)과 193건(71세 이상)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며, 특히 60대 성범죄 건수는 최근 3년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최근 노인범죄의 증가는 성범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연구위원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년(1996~2006년)간 61세 이상 노인범죄는 연평균 68.4%가 증가해 전체 범죄증가율(13.6%)의 5배가 넘는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젊어진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노인 성범죄는 우리 사회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노인 성범죄는 어린이와 지적장애 여성 등 약자를 대상으로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경우가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통영 사건도 2004~2008년 4년여간 표현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졌다.

 또 우리 사회의 ‘노인의 성’에 대한 전반적인 무지로 인해 노인의 성적 충동과 성범죄의 잠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틈새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의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분의 2가 성생활을 하고 있으며, 35.4%가 성매수를 하는 등 성적 욕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의 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노인들이 성적 소외에 내몰리고 있다. 이 밖에도 성범죄는 성적 욕구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감 때문에 자행되는 경우가 많아 독거 노인의 증가와 함께 더욱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노인의 성범죄는 다른 연령대의 성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등 성폭력을 다루는 기관들도 이에 대한 실태분석과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노인 성범죄는 단순히 ‘엄벌주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노인의 성과 고립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연구하는 한편 남성 노인들이 밀집한 농촌 지역 등에 사는 성적 약자들의 보호 대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