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 MVP 기성용, '완벽 영어 인터뷰'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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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전에서 기성용(23·셀틱)은 영리했다.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문제아' 조이 바튼(30)의 대체자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어까지 능숙한 기성용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올림픽 팀에 속해 있는 기성용은 30일(한국시간) 시티 오브 코벤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스위스와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90분 동안 맹활약한 그는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홍명보 팀은 1승 1무로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기성용은 직접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않았지만, 수비진 바로 앞에서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했다. 공식 중계방송사였던 SBS 방송을 통해 팬들이 뽑은 MVP에도 선정됐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날 경기에서 기성용이 보여준 투지는 돋보였다. 거기에 영리하게 화를 다스리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거친 경기였지만 기성용은 경고를 한 장도 받지 않았다. 대신 상대 선수의 옐로카드는 두 장이나 이끌어냈다. 상대가 보기에 얄미울 정도로 영리한 기성용의 경기 운영에 스위스 선수들은 흥분했고 경기를 그르쳤다. 거친 스코틀랜드에서 살아 남기 위해 익힌 재능이었다.

기성용이 스위스 전에서 보여준 능력은 QPR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미드필더 진 공백으 메우기 충분해 보인다. 기성용 측 관계자도 QPR과 이적협상이 진행중이라고 인정했다. 영국 언론은 QPR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500만 파운드(약 90억 원)의 이적료를 셀틱에 제시한 상태다. 스위스와 경기를 보면 이 값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시즌 QPR의 허리는 바튼이 책임졌다. 바튼의 능력은 출중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바튼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거친 태클, 세련된 패스로 2007년 잉글랜드 국가대표에도 발탁된 선수다.

하지만 바튼은 대표팀에서 1경기에 뛴데 그쳤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튼은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경기가 거칠어지면 쉽게 흥분한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도 상대 선수를 폭행해 영국 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시즌 초 12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4부리그의 플리트 우드 타운으로 이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QPR은 바튼의 대체자가 필요하다. 현재 QPR의 중원을 책임질 선수가 많지 않다. 지난 시즌 바튼과 함께 중원을 책임졌던 션 데리(35)는 노쇠했다. 디아카테는 올 시즌 처음 영입돼 실력이 의문이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기술 좋은 미드필더 알레한드로 파울린도 거친 잉글랜드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은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고교 시절 호주 유학을 다녀온 그는 스위스 전을 마치고 영어 인터뷰를 할 정도로 영어를 잘 한다. 거기에 '캡틴' 박지성이 함께 하기 때문에 쉽게 연착륙할 수 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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