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 이문칠 영진닷컴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97년부터 쏟아져 나온 컴맹용 정보화 입문서들이다. 단순하면서도 메시지는 강렬한 ''할 수 있다!'' 시리즈는 정보기술(IT) 전문 서적 출판사인 영진닷컴(http://www.youngjin.com)의 최대 히트상품. 지금까지 모두 60여종을 펴냈고, 팔린 책은 3백50만부를 넘는다.

이 회사 이문칠(58) 사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다들 불안해할 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것 때문에 성공했다" 고 말한다.

영진닷컴은 87년 창업 이후 줄곧 IT 관련 책만 만들어왔다. 출판사 영업사원을 하던 이사장은 창업과 함께 "한우물만 파겠다" 며 IT서적 출판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90년대 중반 이후 불어닥친 IT붐을 타고 급성장, 국내 최대의 IT전문 출판사로 성장했다.

영진닷컴은 오프라인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온라인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출판을 통해 쌓은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도 강화하고 있다.

- 지금까지 펴낸 책이 얼마나 되나.

"지난해 한해 동안 2백56종을 펴냈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펴낸 책을 모두 합치면 1천8백여종이나 된다. 올해도 3백종 정도 나올 것이다. 매출은 지난해 3백9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5백50억원 정도 예상한다. "

- 기억에 남는 책들이 꽤 있을텐데.

"89년 내놓은 『MS 도스 입문』은 1백만부 이상 팔렸다. 초보자용 ''할 수 있다!'' 시리즈는 때마침 IMF 위기가 닥치면서 히트상품이 됐다. 제목에서 보듯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자는 게 주효했다. 위기가 닥치면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는데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요즘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IT자격증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린다. "

- 왜 IT 전문서적만 만드나.

"80년대 초 다른 출판사에서 근무할 때 컴퓨터 책을 몇 권 만들었는데 당시엔 잘 안팔렸다. 그렇지만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해 출판사를 만들어 덤벼들었다. 여러 분야가 있지만 하나만 1등 하자고 결심했다. "

- 시장 1위로 올라선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독자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내용을 담았고, 90년대 중반부터 출판에 마케팅 개념을 적용했다. 책을 내놓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 것이다. 애프터서비스도 대폭 강화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해 주고,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며, 저자들이 세미나도 연다. 고객관리를 철저하게 해 주는 것이다. 연초에는 PC정비센터도 개설해 고객들의 고장난 PC를 수리해 준다. "

- IT사업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나.

"전자상거래는 강화하겠지만, 인터넷 사업은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해서 한다. e-북 사업은 앞으로 출판이 나아갈 방향인 만큼 세게 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쪽에서는 교육사업을 할 계획이다. 정보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강사가 많아야 하는데, 전문강사를 육성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외자유치가 마무리되면 전문강사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인데.

"중국의 대형 출판사와 계약했는데, 올해 50종 정도를 번역해 내놓을 계획이다. 로열티로 책값의 8%를 받기로 했다. 중국은 시장이 넓은데다, 우리 책의 내용이 앞서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출판사를 차리는 것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책을 만들어 공급할 경우 원가가 싸게 들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 정보격차 해소에도 관심이 많은데.

"보육원.장애인복지관.재소자들을 몇년 전부터 지원해 왔는데, 올들어서는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정보격차 해소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책 4만권을 각종 단체에 기증했고, 직원들이 매주 두 차례 무료강사로 뛴다. 기업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며,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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