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각 팀 전력 분석 - LG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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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라면 누구라도 올 시즌 엘지 트윈스 타선을 가지고 페넌트레이스를 펼치고 싶을 것이다.

이병규-유지현-양준혁-로마이어-김재현-홍현우-서용빈-조인성-이종렬 등의 베스트 나인이 좌우로 골고루 배치되어 있고 상대팀 투수들은 이병규에서 서용빈까지 한 타자도 만만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대팀에게는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는 지뢰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윈스와 팬들에게는 아쉽게도 시즌 초반은 그 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분석이 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스타 플레이어들이라 팀을 우선하는 배팅이 실종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이는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야구는 축구와는 달리 작전이 걸리지 않는 한 경기 중 개개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종종 1번 타자를 맡기도 하였으나 주로 3번 타자에 배치되었던 이병규는 올 시즌 톱타자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병규는 주지하듯이 아주 공격적인 타자라 초구와 2구를 공략하는 횟수가 높다. 이런 결과로 사사구가 적다. 그러나 올 시즌 목표인 최다안타 부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한층 많아 보인다.

유지현이 2번 타자를 맡은 까닭은 그의 뛰어난 작전수행능력과 함께 이병규가 아웃되었을 때 또 다른 톱타자 역할을 기대하는 코칭 스텝진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높은 출루율과 이병규의 안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감안한다면 1번 타자로 고정시켜 그의 득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게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다.

‘괴물’ 양준혁은 올 시즌 9년 연속 타율 3할 고지 등정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부적으로 뛰어난 신체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많은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데서 아쉬움이 크다.

한화 이글스 시절인 지난 ’99년 45개 ’00년 29개의 홈런을 쳐 내어 장타자로 검증을 받은 로마이어는 소속 팀인 트윈스가 넓은 잠실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마도 올 시즌에는 홈런 개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5개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국내 타자들 중 스윙 스피드가 가장 빠르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김재현은 작년 시즌 데뷔 이후 첫 타율 3할 고지 등정에 성공하여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선수협 문제로 제대로 동계훈련을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훈련을 성실히 수행한 올 시즌 성적이 작년 보다 훨씬 좋아질 것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를 가로 막는 장벽이 있다면 그것은 그를 괴롭혀 온 잔 부상이다.

현재 트윈스내에서 홍현우처럼 괴로운 타자는 없을 것이다. FA 를 선언하여 몸값으로 4년 간 18억원을 받아 최대의 수혜자가 된 그는 그것에 상응하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그의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는 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해 까지 프로 11년 동안 타율 0.2865 홈런 173 타점 698 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그이기에 조만간 제 컨디션을 찾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물론 조건은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서용빈도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으나 현재까지 성적은 좋지 못하다. 물론 군문제와 그에 따른 일련의 법적인 문제로 훈련과 연습에 매진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그의 분발이 촉구된다.

코칭스테프는 조인성과 이종렬에게 타격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 그들의 성적에 대해 그렇게 아쉬움을 표하지 않고 있으나 최소 2할 4푼 이상의 타율을 올려줘야 환상적인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완성된다.

파워로는 국내 최고 타자들에게 뒤지지 않은 안재만과 최동수는 좀 더 정확성을 갖춘 타격을 겸비하여야 코칭 스텝진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 최경환,박연수,허문회 등의 나머지 대타요원들의 타격도 다른 팀에 비해 약한 편이 아니다.

조인성과 김정민이 번갈아 지키고 있는 안방은 듬직하다. 그러나 허약한 타력을 보강해 주며 백업으로 활약을 해줘야 할 최동수의 수비능력이 많이 뒤떨어 진다는 데 문제가 크다.

서용빈-홍현우-이종렬(안상준/안재만)-유지현의 내야도 겉으로 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루와 3루가 고정적이지 못한 관계로 의외로 허술하다. 2루에 홍현우를 고정시키고 3루를 안상준과 안재만으로 돌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안재만은 고질적인 불안한 수비 능력이 문제다. 최근에 타격감이 좋은 안상준이 꾸준한 성적을 올린다면 백업 손지환등과 어울려 의외로 탄탄한 내야진을 구성할 수 있다.

이병규를 제외하고는 로마이어와 김재현이 주전으로 있는 외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로마이어는 외야수가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 바 ‘구멍’으로 인식되어 있다. 최경환과 박연수 등의 백업도 수비가 뛰어나지 못하다.

트윈스에는 유지현과 이병규를 필두로 이병규, 김재현, 홍현우, 양준혁, 이종렬 등 도루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저조한 출루율이 그들의 화려한 주루 플레이를 가로 막고 있는 장벽이다.

트윈스는 4월 16일 현재 1승 9패로 창단이래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워낙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고 상승 분위기를 한 번 타면 지속성이 강한 트윈스이기에 시즌 중반 이전에 기대하고 있는 성적이 나올 것으로 에상이 된다. 현재의 부진은 다르게 보면 자질론에 휩싸이고 있는 이광은 감독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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