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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워, 250억 달러 고속도로 건설 힘입어 재선 성공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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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22면

1932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허버트 C 후버 공화당 후보를 누른 건 경제위기 덕분이었다. 후버는 대공황으로 미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데도 과도한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이때 루스벨트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적극적 경기부양책 ‘뉴딜(New Deal)’을 들고 나왔다. 당시 미 경제는 금융과 산업구조 개혁, 댐 건설 등 공공사업 추진을 통해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36년부터 다시 침체로 빠져들었다. 뒤로 물러난다는 의미의 리세션(recession)이 침체라는 뜻의 경제용어로 일반화된 것도 이때다.

경제가 당락 좌우한 美 대선들

루스벨트는 노동조합 지원과 사회복지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 제2차 뉴딜을 들고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가 주창한 재정·금융정책을 통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하면서 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공화당 후보로 나서 당선될 때도 경제 이슈가 대선 판도를 좌우했다.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지미 카터는 오일쇼크로 미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졌는데도 뾰족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때 레이건이 들고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규제를 타파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패러다임이었다. 84년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역시 경제가 판도를 결정했다. 그해 실업률이 7.2%에 달할 정도로 암담했지만 선거 직전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레이건은 기사회생해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전통적 정책노선은 지금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은 감세 처방과 규제 완화 등 시장 자율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이런 큰 줄기 아래에서 유연한 노선을 택한 대통령도 적잖다. 위기 때는 보수·진보와 좌우를 떠나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폈다. ‘미국 고속도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공화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250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해 미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를 건설했다.
이 업적은 56년 그의 재선에 힘을 보탰다. 빌 클린턴은 92년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운동 구호를 히트시켜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민주당인데도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폈다.

역사적으로 이번처럼 양당의 시각 차가 벌어진 적은 없다. 70년대 이전의 케인스 정책이나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처럼 시대정신에 따른 지배적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어떤 묘안으로 미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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