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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각 팀 전력 분석 - 삼성 (下)

중앙일보

입력

금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타력은 8개 팀 중 상위권으로 분류되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중심타자 우타자 마해영을 김주찬과 이계성을 내주며 영입하여 클린업 트리오에 좌타자인 이승엽/김기태와 적절히 배치되어 순수 국내 타자 중 최강으로 군림하였다.

발이 상당히 빠른 용병 마르티네스를 특급 타자인 훌리오 플랑코를 방출시키면서 까지 영입시켰고 여기에 정확도와 파워 그리고 주루플레이에서 아마 최고 타자 였던 동국대의 박한이를 입단시켜 1998년 강동우 부상 이후 내내 시달려 왔던 확실한 1번 타자 부재를 메우는 듯 했다.

그러나 가공할 타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4월 12일 현재 8개 팀 중 타율 6위(0.257), 홈런 4위(8개), 타점 4위(32개) 등으로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물론 겨우 7경기를 치루었기 때문에 위의 성적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코칭 스텝진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당초 1번 타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줄 것으로 믿었던 박한이는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을 제외하면 4월 12일 현재 타율 0.118(17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워낙 타격에 재질이 있는 선수이며 또한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너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 버리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로 프로 6년째를 맞이 하는 정경배는 잔부상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1999 시즌부터 컨디션이 좋을 때 마다 부상으로 결장하는 바람에 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승엽의 홈런 행진이 최고의 관심사다. 동계훈련 때 타격폼을 바꿔 변신을 시도 했으나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결국은 ‘외다리 타법’으로 돌아 왔으나 정확도에서 지지부진하다.(타율 0.269) 그러나 이승엽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의 기대가 홈런임을 감안한다면 심각하지 않다. 올 시즌은 홈런 40개는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이언츠에서 트레이드되어 온 마해영은 아마도 1999년 시즌 타격왕에 등극할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작년 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이 된다. 앞에서 이승엽이 뒤에서 김기태가 건재하는 한 투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확률이 줄어들 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홈런에 대한 욕심이다. 매 시즌 큰 것을 노리다가 오히려 낭패를 본 경험을 매 경기 떠올려야 한다. 홈런은 치고 싶어 치는 게 아니다 배트에 정확하게만 맞출 때 마해영이라면 많은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홈런을 양산해 낼 수 있다.

작년 말 FA를 선언하여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4년 간 18억원(사이닝 보너스 10억원 연봉 2억원)을 받은 김기태는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4월 12일 현재 타율 0.143(21타수 3안타) 2타점 홈런은 하나도 없는 참담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김기태가 더운 날씨가 시작될 때부터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는 타자이기에 코칭 스텝진은 걱정을 않고 있다.

당초 정확한 타격을 바탕으로 높은 출루율에 현란한 주루 플레이를 보여 줄 것을 기대했던 마르티네스는 파워를 위주로 하는 타격과 찬스에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구안에서는 문제가 있음이 노출되었다.

단 하나의 볼넷도 없다는 것이 그 예인데 마르티네스는 출루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찰스 스미스와 훌리오 프랑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시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여 올 동계훈련 때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맞이 했던 김한수 역시 현재의 성적은 참담하다. 그러나 잘 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지 않은 적이 많아 극심한 슬럼프로 보기는 어렵다.

1997년 고려대학교 졸업 당시 ’10년 만에 나올까 말까한 대형 포수’라는 극찬을 받았으나 평범한 성적으로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진갑용을 올 시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또한 아마시절의 정확한 타격을 되살리고 있다.

그동안 비록 타율은 낮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높은 득점타를 보여줬으나 김태균에게 타격에서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다. 그는 안정된 유격수 수비 하나 만으로도 라이온즈에 높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구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

백업으로는 김종훈과 강동우 그리고 박정환 등이 있다. 아직까지 김종훈과 강동우 등은 제 역할을 독톡히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있다. 김종훈은 기복이 심하다는 점에서 강동우는 지난 1998년 플레이 오프전의 부상이 워낙 심해 아직도 그 후유증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박정환 역시 타격이 강한 편이 아니다.

진갑용과 김동수가 지키고 있는 안방은 든든하다. 그러나 백업이 되어 버린 김동수의 장기간 슬럼프가 문제다. 이렇게 되면 진갑용이 주로 주전 마스크를 쓰는 횟수가 상당히 많아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승엽-정경배-김한수-김태균의 내야수비는 국내 최강이다. 라이온즈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러나 워낙 주전과 비주전과의 실력차가 크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해 결장을 하면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가 있다.

마르티네스와 박한이의 외야수 수비는 좋다. 그러나 마해영이 좌익수를 맡고 있는 한 항상 수비 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마해영이 외야 수비에 빠르게 적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한폭탄과 같다. 외야에서의 실책은 바로 실점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크다.

박한이와 마르티네스가 주축이 될 주루 플레이는 우수하다. 그러나 나머지 주전들의 발이 그다지 빠르지 않기에 활발한 주루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김종훈과 강동우는 베스트 9이 아니기에 기회 조차 적다.

라이온즈는 선수와 프런트 그리고 코칭 스텝진도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매 경기에 대한 긴장감이 부담감으로 바뀔 때 라이온즈가 쌓아올린 우승탑이 무너진다. 좀 더 느긋하게 풀어나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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