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만한 한국 낭자들의 세계 제패 비결은 인내심"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유명 스포츠 심리학자 탐 페라로(Tom Ferraro)가 최근 방한했다. 페라로는 스포츠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다. 대학 시절 전미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던 골프 마니아인 그는 수많은 골프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TV와 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심리 프로그램 쇼를 진행했고 신문과 잡지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몇 해 전 미국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을 비롯한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영어소통 능력시험을 제도화하려 할 때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페라로는 한국 여자 선수들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LPGA 투어에서 선수들이 선전하는데는 '코리언 시크릿(Korean Secret)'이 있다고 했다. 페라로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의 경기를 봤다. 결정적인 순간에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도 어쩌면 그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지 그야말로 어메이징(Amazing)했다. 바로 여기에 코리언 시크릿이 있다”고 말했다.

페라로가 말하는 코리언 시크릿은 '강한 인내심'이다. 멘탈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에서 인내심은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페라로는 “한국 선수들은 경기 중 어떤 상황이 와도 흥분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경기 내내 자기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며 “미국 선수들이었다면 이미 클럽을 집어 던지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라로는 “인내심은 곧 긍정의 효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그가 분석한 한국 선수들은 인내심을 갖고 '다음엔 더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경기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골프란 자기 자신을 발견해 나가고 변화시켜 나가는 인생의 여정과도 같다. 페라로는 “골프를 하다 보면 항상 잘 안 되는 홀이 있다. 타수를 잃은 홀에서 무엇을 잘 못 했는지 깨닫고 다음 홀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전 홀의 잘못을 빨리 잊고 다음 홀을 잘 치면 과거의 실수까지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것은 최나연의 US오픈 우승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페라로는 코리언 시크릿의 약점도 지적했다. 그는 “인내를 하되 분명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 참는 만큼 또 내 뱉어야 한다”며 “한국 선수들은 참기만 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얘기하는 것도 인내심 만큼 중요한 요소다. 내 얘기를 잘 들어 주는 친구 1명만 있어도 멘탈적인 문제는 반 이상이 해결 될 수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를 마치면 그날 누군가와 더 많이 떠들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골퍼들이 라운드 중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상황들과 그 해결 방법을 다룬 책 『골프 멘탈 클리닉』(앤드북스)을 발간했다. 페라로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명의 골퍼들을 등장시켜 ‘당신은 어떤 골퍼입니까’란 질문을 던진다. 라운드 중 샷을 미스 했을 때, 잘 하던 경기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등 여러 문제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적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