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하임 경찰 총격 '비무장 20대 사망'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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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하임 경찰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20대 남성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건 다음날인 22일 시위대가 경찰서로 진입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일부 시위대가 `경찰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경찰이 비무장 상태인 라틴계 마누엘 디아스(24)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하는 사건〈본지 7월24일 A-14면>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어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라틴계 커뮤니티에서는 인종차별이라며 거세게 항의를 하고 있으며 또 풀러턴 샌클레멘티 등지에 이어 공권력에 의한 인명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풀러턴에서는 노숙자 토마스 켈리가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한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시의원 3명이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샌클레멘티에서는 어린 딸 2명을 뒤에 태운 해병대원이 비무장 상태로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셰리프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건 역시 엉덩이에 총을 맞고 넘어진 무방비 상태의 디아스를 경찰이 뒤에서 다시 총을 쏴 숨지게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라틴계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공권력 남용이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OC레지스터에 따르면 디아스의 죽음을 놓고 경찰서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하던 주민 100여 명은 쓰레기 통을 불태우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분노에 찬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 주민들은 이날 시청을 찾아 항의 시위를 이어 가기도 했다.

애너하임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시페리노 가르시아는 톰 테이트 애너하임 시장과 게일 이스트먼 시의원을 만나 "경찰들이 우리 (라티노)커뮤니티를 무시하고 있으며 인간 취급도 안하고 있다"며 "인종차별하는 경찰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길 의사가 없으며 반드시 젊은 청년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묻겠다"고 커뮤니티를 대표해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사법당국은 시위대의 행동을 준 폭동 수준으로 간주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인내심을 갖고 시위를 지켜보고 있다"며 "주민들의 재산에 피해를 주고 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이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일부 한인들도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부에나파크에 거주하는 김일환(45)씨는 "최근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이 계속 보도되고 있어 이제는 경찰차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다"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총에 맞지 않으려면 항상 몸조심을 해야한다는 농담아닌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의 시위는 현재 4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두 명의 경찰관을 일단 직위 해제했으며 경찰관들의 발포 경위 등 진상조사는 검찰에 맡기겠다고 지난 22일 오후 발표했다.

김정균 기자 kyun8106@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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